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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도전중 위기 맞은 메르켈…“동정엔 대가 따른다” 잇단 맹공

4선도전중 위기 맞은 메르켈…“동정엔 대가 따른다” 잇단 맹공

입력 2016-12-21 13:59
업데이트 2016-12-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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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당, 기다렸다는 듯 反이슬람 정서 자극 공세

내년 독일 총리직의 4연임 도전을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베를린 테러라는 대형 악재에 부닥쳤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물결에 맞설 ‘최후의 보루’로 꼽혀온 메르켈의 입지가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트럭 테러 사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로 여기고 있다면서 “독일에서 보호와 난민 지위를 신청했던 사람이 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정말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민을 돕기 위해 매일 헌신한 수많은 독일인에게, 우리의 보호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우리 국가에 통합하려고 애쓰는 많은 이들에게 정말로 혐오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난민에게 기꺼이 문호를 개방한 자신의 정책이 이런 끔찍한 테러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으로 보인다.

메르켈은 “자유와 개방, 함께 살기를 바라온 삶을 유지할 힘을 찾을 것”이라며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당초 독일 당국은 파키스탄 난민 출신의 청년을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했다. 하지만 트럭 테러가 난민정책에 대한 반발심에 기름을 부은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메르켈 총리는 테러 현장을 찾아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 앞에 하얀 장미를 내려놓았고 몇 시간 뒤 열린 추도식에도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를 향한 공세와 압박은 사방에서 쏟아졌다.

당장 메르켈은 난민상한제 수용을 차기 연정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자매당인 바이에른주(州) 기독사회당(CU)의 공세에 부닥쳤다.

호르스트 제호퍼 바이에른주 기독사회당 대표는 “우리는 희생자들에게, 모든 국민에게 우리의 이민과 보안정책을 재고하고 변경할 빚이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당선 등으로 득세하고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은 반(反) 이슬람 정서를 자극해 유권자들을 포섭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분위기다.

대안당의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당수는 기다렸다는 듯 대변인 성명을 통해 “급진 이슬람 테러가 독일 한복판을 강타했다”며 “이는 우리의 자유와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크리스마스 전통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이런 범죄들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은 지난 1년반에 걸쳐 체계적으로 수입돼왔다”며 “이번 사건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외 없이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주의자)가 설교를 받는 이슬람 사원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메르켈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전 영국독립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도 트위터에 “베를린 테러는 끔찍하지만 놀랍지는 않은 뉴스”라며 “이와 같은 사건들이 메르켈의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빌트지의 니콜라우스 블룸 부편집장은 ‘메르켈과 독일에 있어 동정심에 대가가 따르다’라는 제목의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정치적으로 이번 사건은 독일 정부에 재앙이고, 메르켈에게는 더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은 지난 여름을 즈음해 포용에서 통제강화 쪽으로 조금 움직인 것으로 평가받지만, 여전히 독일은 유럽에서 난민에게 가장 포용적인 국가 가운데 한 곳이다.

지난 2년 새 난민이 50만명에서 140만명으로 불어났다. 난민 유입 증가와 더불어 난민들이 저지른 테러와 범죄도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베를린 트럭 테러가 불거졌다.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연정의 원내 그룹에서 내무담당을 맡고 있는 스테판 마이어 의원은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분명히 난민 정책에 대한 매우 감정적인 논쟁이 있을 것이다. 이 테러는 독일 내 테러의 새로운 차원을 뜻한다”고 말했다.

FT는 별도 기사를 통해 “베를린 테러는 독일 정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 내년 치러지는 독일 총선이 메르켈에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오랜 기간 테러에 대한 공포 없는 삶에 익숙해진 독일인들이기에 더욱 충격은 크다”며 “메르켈은 국제무대에서는 포퓰리즘에 대한 서구 민주국가들의 대응을 이끌어야 한다는 압력을, 국내에서는 (난민정책 재검토 등의) 치명적인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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