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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저격 후에도 러-터키 ‘불안한 동거’ 지속…음모론도 제기

대사저격 후에도 러-터키 ‘불안한 동거’ 지속…음모론도 제기

입력 2016-12-21 13:57
업데이트 2016-12-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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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 놓고 공조 유지 밝혀…“러·터키 모두 대안 없어”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저격 사건의 배후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가운데, 시리아 사태를 두고 긴장 관계에서 화해 분위기로 나아가던 양국 관계가 당분간 ‘불안한 동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단 양국은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양국의 화해 분위기는 변함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이란이 동참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3국 국방·외무장관 회담에서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3국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평화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러-이란-터키 3각 협력 형식은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효율적이며 이 ‘트로이카’ 형식은 실질적인 성과로 필요성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의 반군 철수 등에서 나타난 3국 공조의 성과를 거론하며 공조 지속 의사를 밝힌 것이다.

회담에 참석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도 외무장관도 “러-이란-터키 3각 공조는 알레포에서 스스로의 효율성을 입증했으며 시리아 전역의 휴전 달성을 위해 그같은 공조의 범위를 시리아 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대사 저격 사건이 지난해 11월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때처럼 양국 관계의 최악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양국이 서로 대안이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일했던 터키의 전직 외교관인 무라트 빌한은 “터키도 러시아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반대를 선호할 것”이라며 “당장 터키는 러시아가 필요하고 러시아 역시 터키가 필요하다”고 FT에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는 지난해 11월 터키가 자국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하면서 날카롭게 대치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국의 군부 쿠데타 시도를 진압한 이후 진압 과정에 도움을 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격적으로 화해하면서 관계 복원에 들어갔다.

여러 사안에서 서방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양국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최근 시리아 알레포 사태에서는 유엔과 미국을 배제하고, 러시아와 터키가 중재 역할에 나섰다.

모스크바에 있는 미국캐나다연구소의 알렉산데르 슈밀린 소장은 “러시아와 터키는 이미 함께 시작한 일을 유지하고 서로 위로하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길도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알레포 철수 과정에서 시아파 반군이 러시아와 터키의 협상에 이의를 제기하고, 휴전이 무산돼 수백 명이 숨지는 등 양국 관계에 분명히 존재하는 한계도 계속 노출되고 있다.

그동안 터키에서는 터키 국경에서 불과 50㎞ 떨어진 알레포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수천 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이스탄불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에 대한 경비가 강화됐다.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를 저격한 터키 경찰관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는 범행 당시 “알레포를 잊지 말라”며 “이런 잔학한 행위에 관련된 이들은 누구든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외쳤다.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 탈환 작전을 지원한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사건이 알튼타시의 단독 범행인지, 배후 조직이 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터키 경찰은 사건과 관련해 6명을 구금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 당국자들은 알튼타시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추종자일 가능성도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귈렌을 쿠데타 시도의 배후라고 주장해 온 이들은 알튼타시가 쿠데타 시도 당일과 다음날 휴가를 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알튼타시는 쿠데타 수사 과정에서 직위 해제됐다가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지난달 복직했다.

터키와 러시아에서는 또 미국이 개입했다는 ‘반(反)서구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으며 극적인 현장과 이를 담은 ‘완벽한 사진’을 둘러싼 의문도 증폭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 프란츠 클린체비치 부위원장 등을 인용해 귈렌 배후설 외에도 미국이나 나토 국가들이 관여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에서는 ‘카를로프 대사가 총을 8발이나 맞았는데 바닥에 피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사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쿠데타 시도를 권력 강화에 이용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저격 장면이 “정확성과 비디오 촬영이라는 목적이 분명한 연출된 전시”처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술관 수준의 화려한 사진이 걸린 흰 벽과 같은 우아한 환경이 저격범이 총을 흔들고 러시아에 대한 복수임을 선언하며 활보한 사건을 하나의 행위 예술로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미국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대사 살해에 미국이 개입됐다는 주장은 “아주 황당하고 절대적으로 거짓되며 일말의 근거도 없는 비난”이라고 지적했다.

커비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터키에서 나오는 미국 개입설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터키 양국은 저격 사건이 양국 관계를 해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고 공동 조사에 착수했지만, 긴장 요소는 남아있다.

조사에서 터키 정부가 어떻게 그런 중요한 직책의 외교관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는지가 핵심 의문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의 터키의 전직 외교관 시난 울겐은 시리아 평화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러시아와 터키, 이란의 공동성명에 대해 “정말 지옥의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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