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만능?… ‘독해력’은 아직 인간에 한참 뒤떨어져

인공지능은 만능?… ‘독해력’은 아직 인간에 한참 뒤떨어져

입력 2016-11-09 16:17
수정 2016-11-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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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만능일까. AI 기사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은 이후 AI는 자동차와 전자산업 등 산업계는 물론 의료, 간호분야 등 사회 거의 전 분야의 어려운 과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줄 차세대 기술처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언론도 하루가 멀다고 각 분야의 AI 활용사례 등을 전하고 있지만, 연구가 진전되면서 AI의 한계도 분명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독해력이다. AI가 쓴 소설과 신문기사까지 등장했지만, 독해력은 적어도 현재로써는 감히 인간을 넘볼 수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8일 NHK에 따르면 도쿄(東京)대학 합격을 목표로 매년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대입센터시험 모의고사에 응시해온 인공지능 학생이 도쿄대학 입시도전을 포기하기로 했다.

‘동(東)로보트군’으로 명명된 이 AI 학생은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가 주관하고 일본의 유력 정보통신기업 등이 참가해 개발한 인공지능이다.

올해 일본의 유명 사립대학에 합격하고 2022년까지 도쿄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대입센터시험 모의고사에서는 470여 개 대학에 ‘합격할 확률 80% 이상’을 의미하는 A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 AI학생은 지금까지 순조롭게 성적을 높여왔다. 교과서 등에 나오는 내용과 검색기술을 토대로 정답을 맞히는 세계사 등에는 아주 강하지만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지문의 의미를 파악하는 ‘독해력’은 좀처럼 성적이 향상되지 않고 있다.

국립정보학연구소는 앞으로도 국어와 영어 등 어학과목의 성적향상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도쿄대학 입시도전을 포기하기로 했다. 현재의 기술로는 도쿄대학합격 수준인 모의고사 점수 70 이상으로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연구팀은 일부 수험생의 경우 모의고사 점수가 AI학생보다 낮은 것은 독해력이 문제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AI연구성과를 중고등 학생의 ‘독해력’ 향상에 활용하는 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국립정보학연구소의 아라이 노리코 교수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앞서는 분야는 독해력”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학생들이 인공지능에 지지 않도록 교육하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도쿄대학 도전을 포기한 건 인간처럼 지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축적된 지식이나 윤리를 다루는 문제가 많이 나오는 ‘세계사’나 ‘수학’ 같은 과목은 아주 잘한다. 반면 인간에게는 당연한 상식이거나 지문에 나오지 않은 내용을 추측해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은 없다.

센터시험 모의고사 영어문제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읽고 제시된 단어의 순서를 바꿔 빈칸을 채우는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이렇게 더운데 걸어왔니”라는 질문에 대해 “그래, 목이 몹시 말라, 그러니”로 이어지는 문장을 6개의 단어로 만든다고 할 때 인공지능은 인터넷상의 문장에서 6개 단어의 배열을 바꾸는 학습을 한 것을 토대로 “시원한 걸 마시고 싶다”와 “추우니 뭔가 마시고 싶다”는 2개의 문장을 정답 후보로 작성한다.

인간은 이런 경우 “더우니까 시원한 게 마시고 싶겠지”라고 상황을 이해하고 당연히 “시원한 걸 마시고 싶다”고 답한다. 물론 교과서에는 더위가 뭔지, 더우면 뭐가 마시고 싶다는 식의 지식은 나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학생은 “추우니 뭔가 마시고 싶다”는 틀린 답을 선택한다.

인공지능은 지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답을 구하는 데 매우 서툴지만, 우리 주변에서 보는 인공지능 중에는 얼핏 말을 이해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들도 있다. 모두 자연언어처리라는 기술을 이용한 것이지만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건 아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린나’라는, 인공지능이 라인(LINE)을 통해 대화에 응하는 서비스는 검색엔진 기술을 응용해 인터넷상의 방대한 정보 속에서 사용자끼리 주고받은 말 등을 통계적으로 골라 문장을 만든다. 인간처럼 대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대답하는 게 아니다.

의사가 잡아내지 못한 백혈병을 찾아내 주목을 받은 IBM의 왓슨도 축적한 논문 등의 정보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환자의 유전자 정보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병의 원인후보를 추출한 것이다. 의사의 지도하게 미리 학습한 결과 등을 토대로 질병 원인후보의 우선순위를 계산한 것이다.

언어처리학회 회장인 도쿄공업대학의 도쿠나가 다케노부 교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겉으로 보기에 말을 이해해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처럼 이해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통계적 처리를 거쳐 확률이 높을 것 같은 답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쿠나가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 인간과 똑같이 모든 문제에 적절한 해답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는 없지만, 심층학습(딥 러닝)기술이 개발돼 큰 돌파구가 마련된 것처럼 수많은 연구자가 이 벽을 허물기 위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만큼 인간처럼 언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의 탄생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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