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美 대통령 당선
AP연합뉴스
각종 혐오 발언과 성추문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일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인들은 결국 소외 계층을 겨냥해 막말을 하고, 이민자들을 배제하겠다면서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외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명 ‘트럼프 현상’이 단순한 대중의 변덕 때문이 아닌 정치·경제·사회적 요인들의 복합적 작용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트럼프의 승리는 앞으로도 미국 정치권에 꾸준한 여진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1946년 독일계 이민자 2세의 차남으로 태어난 트럼프는 유년기부터 자존심이 강하고 지는 것을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나친 승부욕이 학교에서의 일탈 행위로 계속 표출되자 트럼프의 부친 버지 드레드 트럼프는 ‘문제아’ 아들을 일반 고등학교 대신 뉴욕군사학교로 보냈다. 뉴욕군사학교 졸업 후에는 뉴욕의 포덤대학을 거쳐 미국 명문대학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직후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 사업에 손을 대면서 돈을 벌었고 1971년 아버지에게서 ‘엘리자베스 트럼프 & 선’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사명을 지금의 트럼프그룹(The Trump Organization)으로 바꿨다. 현재 자신의 이름 ‘트럼프’를 내건 호텔과 골프장, 카지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에 전념할 때의 트럼프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 편의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1987∼1999년) 당적을 가졌다가 개혁당(1999∼2001년), 민주당(2001∼2009년)을 거쳐 2009년 공화당으로 돌아왔으나 이후 탈당했고, 2012년에 다시 공화당에 입당했다.
트럼프는 2004년, 2008년, 2012년 대선 때도 대선 후보 참여를 저울질했으나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16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했다.
미국 언론과 정치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정치를 ‘막말’과 ‘배제’라는 두 가지 단어로 요약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기조는 트럼프의 지지층인 농촌 지역의 저소득·저학력 백인들을 끌어모으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잇따라 나오는 기성 정치인들의 부패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소외됐다는 인식과 함께 정치인들에 대한 증오를 키워 왔고, 그런 사람들은 트럼프가 하는 ‘막말’들을 기성 정치권의 ‘정치적 결벽증’을 부수는 ‘카타르시스’ 혹은 대리 만족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거나 ‘이슬람교도 입국을 막겠다’는 말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배제의 수사학’ 역시 트럼프 지지층 입장에서는 부당하다는 가치판단으로 이어지기보다 그동안 소외됐던 자신들에 대한 관심이라고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이런 자신의 주장을 ‘미국 제일주의’라고 포장했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호황기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강하게 보였던’ 시기를 그리워하던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마음을 얻었다.
트럼프를 긍정적으로 여겼든 사람이든 부정적으로 봤든 이들이든, 트럼프가 미국 정치에 깊은 흔적을 남길 것이고 그 흔적이 미국 정치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대권 도전자가 아닌 당선인으로서 트럼프가 실제로 어떤 인선을 할지, 그리고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실제로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의회와의 조율이 필수적인 만큼 선거운동 과정에서 주장했던 과격한 정책들을 실현하려 고집하기보다 ‘타협’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냈다.
‘블랙 스완’이라는 말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지난 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분명히 발언 수위를 낮출 것”이고 “아마도 종말론적으로 보이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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