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인터뷰 거절”…소식통 “합법 틀안에서 북한과 불법거래 드러나”
북한에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한 의혹에 휩싸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소재 훙샹산업개발공사(이하 훙샹공사)의 문은 온종일 닫힌 채 직원조차 출근하지 않았다.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중국 기업들과 함께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돕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훙샹공사에는 종일 정적이 흘렀다.
20일 정오를 약간 지나 연합뉴스 기자가 훙샹공사가 입주한 단둥 변경경제합작구 소재 대형건물을 찾았을 때 1층 로비에서 건물 경비원은 “훙샹공사 사무실에 드나드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내일 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훙샹공사 사무실이 있는 16층에 내리자 훙샹공사 사무실로 통하는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16층 복도 천장 전등불도 절반 정도 꺼진 상태였다.
훙샹공사 사무실 출입구 문을 몇 차례 두드렸으나 불 꺼진 내부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대신 출입문 유리창에 회사 관계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담은 A4 용지가 붙어있었다.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중년 남성이 받았고 ‘언제 사무실에 오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쉬는 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언제 출근할지를 묻자 그 남성은 “내일도 출근하지 않는다”면서, 왜 그러느냐는 물음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어 훙샹공사가 북한과 무역을 하면서 범법행위를 했느냐고 묻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아무런 인터뷰도 할 수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기자가 회사 관계자와 통화를 하는 사이 닫힌 문 너머로 훙샹공사 사무실에서 쉴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훙샹공사가 있는 16층에서 내려와 건물 앞에서 마주친 시민 천(陳)모씨는 “언론보도를 통해 조선(북한)과 무역하는 회사라는 것만 알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한다”면서 “(원자재를 취급하기 때문에)일반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회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다시 훙샹공사 사무실이 있는 16층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절반 정도만 켜져 있던 복도 등도 완전히 꺼져 깜깜했다. 그 사이 누군가가 복도 등을 끈 것이 분명했다.
16층에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마침 야구모자를 입고 서류봉투를 든 청년 1명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기자가 있는 훙샹공사 출입구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더니 미리 약속한 듯 닫혔던 훙샹공사 출입문이 열리면서 젊은 남자 직원 1명이 나와 그 방문객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훙샹공사 사무실 안에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T셔츠에 면바지 차림의 중년 남성이 훙샹공사 사무실에 도착해 자신이 연락처를 남긴 사람이라고 확인하면서도, 북한과의 무역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하겠다”고 말하고선 훙샹공사 사무실로 들어갔다.
북중접경의 한 소식통은 “훙샹공사가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공동 조치에 나서 예사로운 분위기가 아니다”며 “그동안 합법적인 틀 안에서 북한과 불법거래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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