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 주도 연합군의 시리아 정부군 오폭 사건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의 시리아 휴전 합의를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17일(미국 동부 시간) 연합군 오폭 사건 이후 러시아 측의 요구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러시아 공군이 19일부터 합동 공습을 실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이틀만 기다려 우리 공군과 조율을 한 뒤 필요한 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지만 그들(연합군)은 비이성적 작전을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공습 시간과 다른 정황들은 이번 오폭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 도발이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미국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 휴전에 관한) 미-러 간 합의가 폐기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하고 다만 “(합의에) 큰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미국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가 관심”이라고 지적했다.

추르킨은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러시아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안보리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기자들을 상대로 러시아를 비판한 서맨서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처럼 행동한다면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미국의 행동에 따라 시리아 휴전 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해석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국제연합군 전투기 4대와 미군 공격용 무인기가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에조르’ 공항 남쪽 6km 지점에 주둔 중이던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공습해 62명의 시리아 군인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대규모 인명 손실을 수반한 이 사고는 미국 측이 상황에 대해 몰랐거나 러시아와의 시리아 내 대(對)테러전 공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시리아 휴전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면서 “국제연합군 공군은 이번 공습을 통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데이르 에조르를 아무런 방해 없이 점령하는 길을 터준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국방부는 러시아 공군의 지원으로 국제연합군의 오폭 이후 격화한 IS의 반격이 저지됐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 미국 정부 고위관리는 “의도치 않은 시리아군의 인명손실에 대해 미국이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