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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묶인 한진해운 140억달러 화물에 각국 화주들 속탄다

바다에 묶인 한진해운 140억달러 화물에 각국 화주들 속탄다

입력 2016-09-08 11:47
업데이트 2016-09-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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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대목 앞둔 나이키·폴로 납품업체도 비상…삼성전자는 항공운송 검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화물선 수십척이 해상에 묶이게 되자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둔 각국 화주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통신 등이 8일 전했다.

해운사와 선적중개인, 화주들에 따르면 한진해운 화물선들이 입항하지 못한 탓으로 하역되지 못한 화물의 가액은 최대 140억 달러에 상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덴마크의 해운 컨설팅 회사인 시인텔의 라르스 옌센 CEO는 43척의 한진해운 화물선들이 화물을 하역할 수 있다는 보장을 받지 못한 채 목적지로 항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도 39척의 한진해운 화물선이 항구 부근에 정박하거나 선회하고 있으며 8척의 선박이 이미 채권자들에게 압류된 상태라고 전했다.

옌센 CEO는 많은 한진해운 선박들의 입항이 금지돼 있어 화주들은 언제 그들의 화물이 하역될지를 도무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혼란 직전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적중개인들은 화물 적체가 한진해운 소속 선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들 있다. 한진해운이 다른 해운회사들과 선박 공유 협약을 맺고 일부 화물을 대신 운송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협약을 맺은 해운사들에는 중국의 코스코 그룹과 대만의 에버그린과 양밍, 일본의 가와사키 기센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하루 단위로 수천 개의 한진해운 컨테이너를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박중개인들에 따르면 한진해운 화물선들의 발이 묶이자 상당수의 컨테이너가 타사 선박들로 옮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화주들은 운송 지연을 각오해야 하는 형편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 커트 새먼의 소매 전략가인 프랭크 레이오는 미국의 상위 25개 수입업체는 운송을 한 해운사에 맡기지 않고 다변화한 상태여서 한진해운 사태는 일시적인 문제에 불과하지만 중소업체들에는 파괴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외항에 머물고 있는 2척의 한진해운 화물선에 약 3천800만 달러 상당의 자사 화물이 실려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완제품과 부품이 304개의 컨테이너에, 냉장고와 세탁기,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이 312개 컨테이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측은 이들 화물이 당장 하역되지 못하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돈을 더 주고라도 대체 부품을 항공으로 수송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측은 16편의 전세 화물기 이용을 검토하고 있다. 1천469t의 화물을 항공으로 운송하는데는 최소 880만 달러가 들 것이라는 것이 삼성전자측의 말이다.

삼성전자측 변호사인 에번스 존스는 월 스트리트 저널에 “우리는 버스의 승객이고 내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있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한국화주협의회는 7일 회원사들이 화물의 소재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협의회에는 6만여개의 중소 수출업체들이 가입돼 있다.

홍콩 화주협의회는 현지 항만터미널이 한진해운 선박의 화물을 하역하는 대가로 화주들에게 컨테이너당 1천26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주들은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최소 10개 항구가 이와 유사한 할증료를 매기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명 브랜드 상품을 주문 생산하는 홍콩과 중국, 베트남의 중소 제조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나이키와 휴고 보스, 랠프 로렌(폴로) 등에 의류와 신발을 공급하는 홍콩의 에스? 그룹은 컨테이너 4대 분량의 원자재를 하역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에스? 그룹은 화물이 하역되는 즉시 호찌민 공장에 보내기 위해 트럭 운송이나 대체 선박 이용을 검토하고 있다. 호찌민 공장관계자는 생산라인이 멈춰 있는 상황이며 항공운송을 택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전국소매업연맹의 조너선 골드 부회장은 진열대에 올라갈 수억 달러의 상품들이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 미국 소매업체들의 최대 우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추가 운송 비용, 납품의 지연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 결국에 가서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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