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객실 4분의 3 콘도 분양 계획 사실상 마무리”
내년 봄부터 3년간 폐쇄…호텔은 명맥만 유지할 듯뉴욕의 명소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사실상 이름만 남긴 채 고급 콘도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뉴욕의 상징인 이 호텔을 인수한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전면 개보수를 위해 내년 초부터 최소한 3년간 호텔 문을 닫는 계획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안방보험은 총 1천413개의 객실 가운데 1천100개 이상을 고급 프라이빗 콘도로 개조해 일반에 분양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300∼500개의 객실은 럭셔리 룸으로 개조해 호텔의 명맥은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룸서비스, 객실 청소 등에 종사했던 수백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이 호텔에는 1천500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안방보험 관계자는 “현재까지 명확히 확정된 계획은 없다”면서 “모든 옵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WSJ는 안방그룹 측이 월도프 대표자들과 수주 내에 만나 최종안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모델링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이 계획에 관여한 인사들은 전했다. 안방 측은 지난해 2월 이 호텔을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맨해튼의 중심인 파크 애버뉴의 한 블록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이 호텔은 지난 85년 동안 미국 정치와 문화의 중심 공간이었다.
허버트 후버(1929∼1933)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숙소로 사용했고,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프랭크 시내트라의 뉴욕 집 역할을 했던 곳이었다. 세기의 로맨스로 유명한 영국 윈저공과 심프슨 부인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 ‘세렌디피티’, ‘여인의 향기’ 등 뉴욕을 무대로 한 영화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호텔은 명성과 비교하면 너무 낡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월도프 타워에 있는 스위트룸은 여전히 명사들과 부자들이 선호하는 숙소지만, 일반 객실은 높은 방값에 비해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시설이 낡았다는 불평이 제기됐던 것.
여기에 맨해튼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호텔업을 하는 것보다 고급 아파트로 개조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된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모건 스탠리의 호텔 애널리스트인 토머스 앨런은 지난 2014년 보고서에서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고급 콘도로 개조할 경우 그 가치가 최고 4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고급 콘도 시장이 위축되면서 400만 달러 이상의 고급 콘도 계약은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하락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전면적인 개보수가 반드시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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