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만리장성’에 숨구멍 두는 까닭은

중국 ‘인터넷 만리장성’에 숨구멍 두는 까닭은

입력 2016-06-15 17:12
수정 2016-06-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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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명 겨냥한 규제에도 수백만명 자유서핑

“인터넷 만리장성이 두 쪽으로 갈라놓은 사이버 공간에는 중국과 세계, 두 세상밖에 없습니다.”

광범위한 규모 때문에 ‘인터넷 만리장성’(The Great Firewall)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온라인 규제를 두고 한 외국인 교수가 내놓은 평가다.

세계를 향한 젊은이들의 시야가 좁아질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중국인의 접촉이 차단돼 서로 오해하는 혼란이 심각해진다는 관측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의 인터넷 규제를 연재물로 소개하기로 하고 첫 회를 14일(현지시간) 내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서 흥미로운 점은 만리장성 곳곳에 구멍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IT 전문가들이 방화벽을 우회하거나 뛰어넘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공유해 검열망을 피하고 있지만 단속은 예상외로 강경하지 않은 것으로 비친다.

WP는 중국 당국이 강력한 통제로 생긴 내부의 불만을 배출시키려고 이런 틈을 일부러 방치하는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처럼 인터넷을 완전히 차단해 고립시키면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의로 방화벽 뒷문을 못 본 척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제한적 관용’ 정책으로 내놓은 이런 구멍은 점점 늘어나는 모바일 엘리트에 숨통을 열어주는 ‘사회 안전밸브’ 역할을 한다는 관측도 있다.

WP는 결국 불만을 관리해 사회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기업과 경제 활동을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거대 방화벽을 우회해 외부와 소통하는 온라인 인구는 7억명 가운데 수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IT 전문가들도 당국이 의도적으로 이런 틈을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지나친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고 WP는 소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IT 전문가는 대학생 시절인 2003년 포르노 사이트에 접근하려고 프록시 서버를 통해 방화벽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IT 업종에 종사하면서 ‘취미’로 동호인들과 어울려 방화벽 우회 코드를 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전문가는 “그게 위험할 것으로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위험하다는 그 자체가 방화벽 우회를 찾아 즐기는 이유다. 삶 자체가 모험인 만큼 당국의 허용 한도가 어디까지인지 살펴가며 경계선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안전하게 인터넷 서핑을 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개발한 우회법을 알리지 않고 다른 사용자에게 기술적 조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철칙으로 들었다.

그는 “정치적이거나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까지는 정부가 우회 공간을 용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화벽 우회법이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다고 간주되면 중국 공산당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전문가들을 당장 체포해 저지한다.

인기 있는 방화벽 우회 시스템인 ‘새도우삭스’(Shadowsocks)에서 닉네임 ‘클로우윈디’(clowwindy)로 활동하던 사용자는 최근 우회로 제작을 접었다.

그는 공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웹사이트 지터브(Github)를 통해 “경찰이 찾아와 이 일을 그만두라며 지터브에 올린 코드를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클로우윈디는 이틀 후 “언젠가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코드라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나라에 사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마지막 글을 게시했다.

사흘 후 또 다른 코드 개발자도 지터브에 오른 인기 우회 프로그램인 ‘고에이전트’(GoAgent)을 삭제했다.

이들이 프로그램을 삭제당하고 활동에 종지부를 찍은 까닭은 방화벽을 우회할 뿐만 아니라 우회한 사실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감추는 기능까지 마련해 당국을 위협한 데 있다고 WP는 풀이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 후 한 사용자는 지터브에 “클로우윈디 한 명이 쓰러지면, 수천 명의 클로우윈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반항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사업이나 일상에 실질적으로 폐를 끼치는 인터넷 검열, 규제를 둘러싼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IT 전문가는 관료의 부패상을 전한 외국 언론의 보도가 검열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 증시 폭락 사태에 대한 보도가 통제됐을 때는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교 제프 사우스 교수는 “학생들이 톈안먼(天安門) 사건이나 공산당 지도부, 문화혁명 같은 민감한 주제를 얘기하려고 방화벽을 우회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 대중가요, 뮤직비디오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사우스 교수는 “중국의 젊은 세대는 외부와 단절됐기 때문에 제한된 시각을 갖게 되고, 외국인들은 중국인과 접촉할 수 없으므로 중국을 오해한다”며 “인터넷 만리장성이 세상과 중국을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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