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ㆍ브라질 연구진 “방역 허점 확인…증세 가볍고 뎅기열과 유사해 놓쳤을 것”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 보고되기 훨씬 전인 2013년에 벌써 미주에 상륙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브라질 에반드루 차가스 연구소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자, 유행 지역을 오간 항공기 기록 등을 분석해 최근 이런 결론을 얻었다.
연구진은 지카 바이러스가 2013년 5월부터 12월 사이에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보건당국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를 처음으로 보고한 게 2015년 3월이라서 1년 넘게 전염이 방치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구진은 브라질 확진자들로부터 검출한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 아프리카보다 아시아에 있는 지카 바이러스와 가깝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나아가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지카 바이러스의 조상이 하나라는 점을 파악해 유행 지역에서 건너온 한 감염자가 창궐의 시발점이 됐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되는 지카 바이러스의 고향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추적됐다.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이 국가에서는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까지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폴리네시아에서 발견된 지카 바이러스는 동남아시아에서 건너왔다.
지카 바이러스의 처음 발병지는 아프리카였다.
영국 런던위생대학의 레이스 야콥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 허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재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야콥 교수는 “증세가 가벼운 데다가 뎅기열같은 질병과도 유사해 지카 바이러스를 놓쳤을 것”이라며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싸고 빠르고 민감한 진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를 주요 매개체로 삼아 전염된다. 증세는 감기처럼 가볍지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소두증 아기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앞서 다른 브라질 연구진은 지카 바이러스가 자국에서 열린 2014년 6∼7월 축구 월드컵 본선이나 같은 해 8월 국제카누대회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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