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신흥국들 도미노 부도사태 맞을까

<美 금리인상> 신흥국들 도미노 부도사태 맞을까

입력 2015-12-17 09:23
업데이트 2015-12-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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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다음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제3의 물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신흥국에 제 3위기의 물결이 닥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번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금리정상화에 나서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채권을 대거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잇따라 위기에 봉착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급락과 중국의 경기둔화로 사정이 크게 악화된 신흥국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재개와 달러강세 속에 내년부터 대거 채권 만기를 맞이해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신흥국으로부터 대거 자금유출도 예상되고 있어 신흥국들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취약한 신흥국으로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말레이시아 등을 꼽았다.

◇ 내년부터 신흥국 부채 대거 만기…달러부채 위험

17일 UBS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 외화표시채권은 올해 3천450억 달러에서 내년 5천550억 달러로 늘어난다. 2017∼2019년에는 연간 평균 4천9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신흥국 비금융기업들의 외화표시채권 만기도래 규모는 내년 900억 달러, 2017∼2018년 평균 1천200억 달러라고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가 집계했다.

신흥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고수익을 좇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몰려오자 외화표시채권을 대거 발행해 자금조달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금융기업부채 비율은 163.1%로 2009년 말에 비해 39.9%포인트 폭등했고, 터키는 58%로 27.4%포인트, 브라질은 49%로 15.3%포인트 각각 뛰었다. 한국의 GDP대비 비금융기업부채비율은 105.3%로 높은 축에 속했다.

원자재 가격 급락과 중국 경기 둔화로 이미 직격탄을 맞은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정상화와 달러 강세가 닥치는 와중에 이들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원리금 상환은 물론, 만기연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도위기에 몰릴 수 있다.

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12개 신흥국의 비금융기업부채는 23조4천850억 달러로 이중 달러부채는 10%인 2조3천485억 달러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비금융 기업부채가 17조2천73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한국이 1조4천230억 달러로 뒤를 이었지만, 달러부채 비율은 각각 5%, 8%에 불과했다.

멕시코나 인도네시아는 비금융기업부채가 각각 2천590억 달러, 1천900억 달러로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달러부채비율은 각각 66%와 52%에 달했다.

터키는 비금융기업부채 3천980억 달러 중 달러부채가 33%, 러시아는 7천420억 달러 중 29%,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천110억달러중 14%, 말레이시아는 1천990억 달러 중 10%를 각각 차지했다.

이미 신흥국 회사채발 위기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에 투자한 펀드에서 펀드런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펀드의 상당수의 신흥시장 회사채 편입비율이 최대 20%에 달하기 때문이다.

◇ 금융위기후 신흥국에 3.5조弗 유입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불확실한 가운데 금리 정상화로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신흥국에서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 신흥국 산업생산은 0.1% 감소하고 주가는 2.5% 하락할 것이라고 센터는 내다봤다.

만약 미국 금리인상이 시스템적인 자금유출로 이어질 경우 신흥국의 성장률은 2년 안에 최대 7%포인트, 투자 증가율은 2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센터는 덧붙였다.

신흥국들은 벤 버냉키 당시 미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축발작(테이퍼 텐트럼)을 불러일으켰던 2013년 8∼12월 당시보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재정수지가 악화됐으며, 정부부채는 증가해 취약해졌다고 센터는 지적했다.

이미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지난 3분기에 15개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338억 달러(약 40조원)가 순유출됐다고 IIF는 집계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국가별로 보면 3분기에 한국에서 109억 달러(약 12조8천억원)가 유출돼 7월 이후 자료가 없는 중국과 필리핀을 제외한 15개 신흥국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6월에만 110억 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나 한국보다 유출 규모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유출은 여기서 수백배로 확대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모두 3조5천100억달러(4천147조원)에 달한다.

신흥국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3∼2007년 1조7천900억 달러에 비해 2배로 늘어났다.

◇ 신흥국 부도위험 급등…“브라질, 남아공, 말레이시아 등 위험”

악재가 한꺼번에 닥치면서 신흥국들의 부도위험은 급상승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3개월간 81bp(1bp=0.01%) 뛰어 460.67bp까지 올랐다.

CDS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으로, 부도 확률이 높으면 오르고 낮으면 떨어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CDS프리미엄은 323.63bp로 3개월간 76.7bp 뛰었다. 러시아의 CDS프리미엄은 311.62bp, 카자흐스탄은 307.33bp, 터키는 277.43bp로 모두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CDS프리미엄은 각각 242.98bp, 191.11bp로, 3개월만에 9bp와 6.9bp 올랐다.

경제전문가들은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터키, 러시아 등을 위험국가로 꼽았다.

삼성증권 유승민 수석투자전략가는 “내년 하반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높아지면,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 가속화로 충격이 올 수 있다”면서 “외채수준이 높고 외환보유고가 적정수준에 비해 부족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자원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는 더 우려된다”면서 “브라질은 글로벌 원자재 수요 부진과 경제개혁 지연으로, 러시아는 저유가와 서방과의 갈등의 영향으로 내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김권식 신흥시장팀장은 “미국 금리인상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은 경상수지가 적자이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된 브라질과 말레이시아, 터키”라면서 “말레이시아는 단기외채 비중이 90% 이상으로 워낙 높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특히 자금 유출이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

앞서 씨티그룹은 경상수지, 외국인자금규모, 단기외채비중, 환율 괴리도 등 12개 지표를 토대로 취약한 신흥국을 집계한 결과, 터키와 카자흐스탄, 브라질, 베네수엘라, 남아공, 칠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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