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리크스2’ 파문 확산…바티칸 비리 폭로한 책 2권 출간

‘바티리크스2’ 파문 확산…바티칸 비리 폭로한 책 2권 출간

입력 2015-11-04 19:45
업데이트 2015-11-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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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성에 50만유로 필요…전 세계서 거둔 헌금 4천675억여원 사용처 파악 안돼” 교황 “바티리크스2에 실망…믿음과 각오로 계속 전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 개혁에 바티칸 고위 관료들이 여전히 강력하게 반발하는 내용을 담은 두 권의 책의 출간을 앞두고 ‘복마전 ‘같은 바티칸 관료주의의 비리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이른바 ‘바티리크스2’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외부에 유출된 바티칸의 기밀 등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기자 잔루이지 누치가 쓴 ‘성전의 상인’(Merchants in the Temple)이라는 책과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에밀리아노 피티팔디 기자의 ‘탐욕: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회의 부·스캔들·비밀 폭로문서’라는 책의 내용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바티칸이 큰 소용돌이에 휩싸였다고 이탈리아 언론과 AP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누치 기자의 ‘성전의 상인’이란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3년 7월 한 회의에서 고위 바티칸 관리들에게 “교황청 회계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녹음·기록됐으나 이 회의에 참석한 누군가에 의해 비밀에 부쳐졌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하는 회계의 투명성을 우리도 해야 한다”며 “우리의 지출 대부분이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황청(쿠리아) 관리들이 위선적인 이중생활을 하고, 어떤 희생을 치르든 권력을 차지하려 하는 등 신을 위해 봉사하는 자신의 본분을 잊은 ‘영적 치매’에 걸렸다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누치는 지난 2012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에도 이른바 ‘바티리크스’로 불리는 내부 문서 유출 사건을 다룬 책 ‘교황 성하(His Holiness)’를 써서 바티칸을 뒤흔든 바 있다. 당시 이 스캔들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집사인 파올로 가브리엘레는 교황의 책상에서 기밀문서를 훔친 혐의로 체포·감금됐다. 그다음 해 2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공식 퇴임하였다.

누치는 ‘성전의 상인’에서 전 세계 교회에서 자선사업 등을 위해 거둬들이는 헌금이 사용 명세는 절대 알아낼 수 없는 비밀에 싸인 수수께끼와 같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은행을 정화하도록 추기경들에게 전권을 위임했지만, 바티칸 관료들의 끈질긴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티칸 건물관리와 보수 등을 위한 계약은 부풀려진 가격으로 작성되고 있고, 바티칸 부동산 가격은 회계장부에 적힌 가격 27억 유로(약 3조3천억원)의 7배나 높은 상태이다. 또한, 바티칸 관료들에게 아파트가 무료로 제공되고 임대 물건의 30∼100%가 시장가격 이하인데다 바티칸시의 연금기금은 곧 바닥이 날 상황이라 주장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책은 또 성자·복자를 추대하는 시성·시복 절차에 평균 비용이 약 50만 유로(약 6억2천만원)이고 75만 유로까지 치솟기도 했다면서 부유한 후원자가 없는 사람들은 시성식도 못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고 AP는 전했다.

또 바티칸 국무성의 고위 관리인 주세페 시아카 몬시뇰은 지난 2012년 이웃의 사제가 장기간 입원하자 벽을 허물고 그 사제가 머물던 곳을 아예 자신의 아파트로 만든 일도 있었다고 이 책은 기술했다. 퇴원했다가 자신의 물건들이 상자에 담긴 것을 발견한 연로한 옆집 신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각 시아카를 좌천시켰다고 저자는 전했다.

또 다른 책인 ‘탐욕: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회의 부·스캔들·비밀 폭로문서’의 저자 파티팔디는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전 바티칸 국무부 장관(추기경)의 아파트 개보수 비용이 바티칸이 운영하는 로마 소아병원에서 나온 수익금을 기반으로 한 기금에서 전용되는가 하면 이 추기경이 이탈리아 남부에 자선사업을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한 비용(2만 3천800 유로)에도 사용된 사실을 폭로했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또 전 세계 교구에서 자선사업을 위해 거둬들이는 돈이 지난 2013년에 약 3억7천800만 유로(약 4천675억여원)였지만 대부분 바티칸 관료들에게 지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13년 전 세계의 교회에서 빈자 구제를 위해 모인 기부금 40만 유로가 바티칸 장부에 없는 계좌로 향했다고도 적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자신이 만든 재정개혁위원회에서 일했던 스페인 출신의 루시오 앙헬 바예요 발다 몬시뇰과 프란체스카 차오우키 위원이 기밀 절도와 누설 혐의로 바티칸 검찰에 체포된 것에 대해 매우 실망하면서도 믿음과 각오로 계속 전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바티칸 국무성 장관 대행인 안젤리노 베치우 몬시뇰(주교품을 받지 않은 덕망이 높은 신부)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방금 교황을 알현했다. 교황의 정확한 말씀은 ‘믿음과 각오로 계속 전진하라’였다”고 소개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인 안사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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