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안 정상회담 수락한 속내는…”대만 대선판세 위중”

중국, 양안 정상회담 수락한 속내는…”대만 대선판세 위중”

입력 2015-11-04 13:21
업데이트 2015-11-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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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후보 당선시 양안관계 나아가 미중갈등 거세질 우려 판단

중국이 그간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되는 것까지 감수하고 대만과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대만의 대선 판세에 따라 양안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반중(反中) 독립 성향의 야당 대선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양안의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현 국민당 정부가 계속 집권토록 하는게 급선무다.

따라서 중국은 대만의 현 국민당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양안관계의 긴밀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과의 정상회담을 수락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중국과 대만 정부 모두 오는 7일 싱가포르에서 두 정상이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총통 자격으로 만나게 된다는 점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과 대만이 국공내전을 거쳐 1949년에 분단된 이후 66년 만에 현직 정상 간의 회담이 이뤄지게 됐다.

중국과 대만은 1992년 11월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를 통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一中各表)하기로 합의했다.

‘92공식’(九二共識)으로 불리는 이 원칙은 지금까지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용어가 됐다.

즉, ‘중국’이라는 국가는 하나 뿐이기 때문에 서로 국가로서 인정을 하지 않아왔다. 중국은 대만 총통을 가리켜 ‘대만 지도자’라고만 지칭한다. 중국은 또 이 원칙을 국제사회도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며 유엔에서 퇴출된 대만의 유엔의 재가입 신청도 극력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안 간에는 2008년 집권당 대표였던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공산당 총서기와 우보슝(吳伯雄) 당시 국민당 주석 간의 회담을 비롯해 국공 영수회담만 있었다.

현재 국민당의 대선 후보인 주리룬(朱立倫) 주석도 지난 5월 4일 국민당 주석 자격으로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와 만남을 갖고 ‘92공식’을 재확인한 적 있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이 대만 총통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현재 대만의 대선 판세는 마잉주 정부의 지나친 친중 정책에 따른 청년실업, 제조업 공동화 등 경제실정이 부각되며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후보 교체카드까지 꺼내 든 국민당 후보를 크게 앞서면서 당선이 유력한 상태다.

국민당은 지난달 훙슈주(洪秀柱) 후보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주리룬(朱立倫) 주석을 새로운 대선후보로 선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시 주석과 마 총통 간의 첫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현재 양안관계의 유지를 희망하는 중국 측과 국민당 측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대만과 ‘92공식’의 인정을 거부하는 차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존의 양안관계에 큰 파장이 일고 나아가 미국과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을 우려하며 민진당의 집권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원수간 회담으로 격상시킨 이번 만남을 통해 마잉주(馬永九) 총통의 중국 접근에 대해 일종의 보상을 해주며 대만에 국민당의 집권이 유지되는 한 양안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마 총통 역시 시 주석과의 첫 회담을 통해 양안 관계의 중요성과 경제적 긴밀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유권자들에게 국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양안 정상회담은 마 총통과 국민당에는 대선후보 교체에 이은 선거 승리를 위한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인기 없는’ 중국 접근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양안관계 강화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정면 돌파의 길을 택한 것이다.

천이신(陳以信)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 대해 “양안평화를 공고히 하고 해협양안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양안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가 지난 1993년 4월 ‘92공식’ 합의를 끌어낸 왕다오한(汪道涵) 해협회 회장과 구전푸(辜振甫) 해기회 이사장 회동이 회동을 했던 곳이라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싱가포르를 중국과 대만에 ‘92공식’의 중요성을 대만 유권자들에 재확인시키는 장치로 활용하려는 속셈이다.

한편 대선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인해 그간 모호한 태도를 보여온 ‘92공식’의 인정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진당은 이번 정상회담이 ‘밀실교섭’에 의해 이뤄진 ‘친중매독’(親中賣台·중국에 붙어 대만을 판다) 회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주목할 만 하다. 대만 정부는 전날 양안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미국측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주리룬 주석은 오는 10일 미국을 방문한다.

미국 국무부는 양안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양안관계의 안정은 미국에게도 이익”이라며 “양안이 상호존중의 기초에서 계속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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