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눈도 거의 안오는데 동계올림픽 연다고?”

“베이징, 눈도 거의 안오는데 동계올림픽 연다고?”

입력 2015-04-10 11:59
업데이트 2015-04-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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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베이징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적합성에 ‘의구심’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모두 주최한 첫 도시가 되려는 중국 베이징(北京)시의 야심이 처음부터 만만찮은 반격에 직면했다.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 곳에서 올림픽 개최는 화성 개발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주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지인 베이징 및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시에 대한 현지 실사를 벌였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개최지 결정은 오는 7월에 이뤄진다. 베이징이 유치하게 되면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동계, 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첫 도시가 된다.

현재 베이징의 경합 상대는 카자흐스탄 알마티뿐이다.

뉴욕타임스는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들어 베이징의 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 적합성에 의문을 표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신청서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IOC에 제출된 세권 분량의 서류에는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하하고 스키 슬로프와 시설물을 짓기 위해 훼손되는 산림도 다른 지역에 대규모 나무를 식재하는 것으로 상쇄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베이징측은 “스키 리조트 주변에 풍부한 수자원이 있고 녹은 눈도 재사용하도록 하겠다”며 “올림픽 기간 인공눈을 만드는 제설은 주변 환경에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베이징의 용수공급 상황을 고려할 때 ‘풍부한’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베이징 지역의 연간 강수량은 584㎜밖에 되지 않고 스키 리조트가 건설될 산간의 올림픽 예정지는 강우량이 381∼406㎜에 불과한 반건조지역이다. 그것도 내리는 비의 3분의 2가 여름철에 집중돼 있다.

올림픽 기간 주된 용수공급처가 될 장자커우 윈저우(雲州) 저수지도 12월과 1월에는 강우량이 10㎜도 안 된다. 겨울이면 이 지역이 불모지가 된다는 얘기다.

심지어 2014년 동계올림픽이 치러진 러시아 소치도 연평균 533㎜ 강수량을 기록했지만 러시아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경기를 위해 46만㎥ 규모의 눈을 추가로 비축해놓고 있어야 했다.

중국의 수자원 전문가 장쥔펑씨는 “베이징에는 거의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프랑스 사보이대학의 카르멘 드 용 교수는 이런 개발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런 곳에 스키리조트를 개발한다는 것은 화성 개발 계획이나 마찬가지”라며 “완전히 인공적”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은 한때 물이 풍부했으나 베이징 인구가 2천200만명으로 25년새 배로 늘어나면서 점차 메말라갔다. 남쪽의 풍부한 물을 북부지방으로 돌리는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도 상황을 안정시키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한 수자원 학자 후칸핑(胡勘平)씨는 “스키 리조트를 지어서는 안 된다”며 베이징 주변에 예정된 스키리조트 11곳이 개장하게 되면 한 곳당 평균 연간 38억리터의 용수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인구 4만2천명이 사용하는 물의 양과 같다.

베이징과 경합하는 알마티의 사정도 낫지는 않다. 연평균 559㎜의 강수량을 보이는 알마티도 용수공급을 댐과 저수탑에 의존하고 있다.

알프스에 있는 리조트는 연평균 1천16㎜의 강수량을 나타내며 가장 유명한 리조트 지역에선 강수량이 1천524㎜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곳조차 최근엔 기후변화로 인해 인공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다른 우려할만한 사안은 베이징과 알마티 모두 올림픽 스키 리조트를 국립공원에 짓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 조직위원회는 샤오하이퉈(小海陀)산에 알파인스키를 계획 중이다. 이 산은 현재 자연보호지역으로 자동차 운행이 금지돼 있다.

스키 활강은 산림의 침식을 가속화하고 식생을 훼손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지표면 아래의 생태계도 영구적으로 훼손될 뿐만 아니라 인공눈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현재 중국은 샤오하이퉈 지역에 14만㎡ 규모의 올림픽촌과 940개 객실을 가진 호텔들을 지으려 1억6천3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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