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재벌, 다큐 찍다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살인 자백’

美 부동산 재벌, 다큐 찍다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살인 자백’

입력 2015-03-17 15:29
업데이트 2018-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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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체 무슨 짓을 했냐고? 뭐긴 뭐야, 다 내가 죽여버렸지”

연쇄살인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다큐멘터리 촬영 과정에서 녹음이 되는 줄도 모르고 내뱉은 혼잣말 때문에 용의자로 기소됐다.

뉴욕 맨해튼에 고층건물 15채 등을 보유한 부동산 재벌의 맏아들 로버트 더스트(71)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올리언스의 한 호첼에서 살인 혐의 등으로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에 의해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 검찰은 16일 더스트를 사형 선고가 가능한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지금까지 2건의 실종 및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고, 다른 1건의 살인사건은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법망을 피해갔다.

더스트는 뉴욕 맨해튼에서 부동산 사업으로 수십억 달러의 돈을 모은 세이모어 더스트의 아들이다.

그가 처음 용의자로 지목받은 것은 1982년 1월 자신의 부인 캐슬린이 실종됐을 때다. 이웃들이 “캐슬린이 평소 ‘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남편이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더스트는 캐슬린을 집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준 이후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캐슬린은 이후 발견되지 않았으며, 더스트가 실종에 관여했다는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더스트의 오랜 친구이자 캐슬린 실종 이후 더스트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수전 버먼 역시 2000년 12월 캐슬린의 실종과 관련해 경찰에 증언하기 며칠 전 자택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다시 더스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더스트의 살인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버먼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이후 더스트는 텍사스로 갔다. 단지 거처만 옮긴 것이 아니라 언어 장애가 있는 할머니로 변장했다.

그렇게 지내던 중 2001년 더스트는 이웃인 모리스 블랙을 살해한 뒤 토막내 바다에 버린 혐의로 체포됐지만 정당방위가 인정돼 풀려났다.

더스트가 덜미를 잡힌 것은 미국 케이블방송 HBO의 다큐멘터리 ‘징크스’에서 가진 인터뷰 때문이었다. ‘징크스’는 더스트 주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앞서 2010년 자신을 소재로 한 영화 ‘올 굿 싱스’를 본 뒤 더스트는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HBO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로 했다.

마지막 녹화를 마친 더스트는 착용하고 있던 무선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화장실에서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냐고? 뭐긴 뭐야, 내가 다 죽여버렸지”(What the hell did I do? Killed them all, of course.)라고 중얼거렸고, 이 혼잣말이 그대로 녹음됐던 것.

자백이나 다름없는 혼잣말은 다큐멘터리 제작진조차 당시 알아차리지 못했고, 10개월 전에서야 발견해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더스트가 버먼의 살해에 연관됐다는 정황 증거는 또 있다. 1999년 더스트가 쓴 편지를 버먼의 양아들이 발견했는데 이 편지에 쓰인 글씨체 및 ‘베버리 힐스’ 철자 오기가 사건 당일 ‘버먼의 아파트에 시체가 있다’고 경찰에 전해진 쪽지의 필적과 거의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올리언스에서 체포될 당시 더스트는 가명과 현찰을 사용하고 위조 서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미뤄 미국을 떠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ABC 방송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더스트의 변호인단은 방송사 측이 더스트를 잡기 위해 이번 시리즈를 기획하고 수사당국과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조계에서도 사적 공간에서 한 혼잣말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더스트의 동생은 “이번 일로 형이 죗값을 치르게 돼 다행”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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