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개발銀 출범…“서구 중심 금융질서 극복”

브릭스 개발銀 출범…“서구 중심 금융질서 극복”

입력 2014-07-17 00:00
업데이트 2014-07-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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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러·인도·中·남아공 5개국 출자

브릭스(BRICS) 5개국이 15일(현지시간) 자체 개발은행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자시에서 열린 제6차 정상회의에서 개발은행 설립 협정에 서명했다. 세계 인구의 40%, 세계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브릭스 지역이 2009년 서구 중심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이래, 그 대안으로 거론됐던 브릭스의 개발은행 설립 문제가 마침내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정상회의에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5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했다. ‘신개발은행’(NDB)으로 불리는 이 은행은 5개 회원국이 100억 달러씩 출자해 500억 달러의 초기 자본금을 조성하게 되며, 단계적으로 1000억 달러까지 불려나갈 예정이다.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인한 개발도상국들의 단기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로 1000억 달러의 위기대응기금도 마련키로 했다. 여기에는 중국이 가장 많은 410억 달러를 내고 나머지 국가들은 180억 달러를, 남아공은 50억 달러를 내게 된다.

신개발은행은 내년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본부는 중국 상하이에 들어서고, 초대 총재는 인도 출신 인사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5년의 총재는 순번대로 돌아가며 맡게 된다. 유엔 회원국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나 운영 주도권은 이들 5개국이 쥐게 된다.

브릭스 국가들은 협상 타결 뒤 기대감에 부푼 언급을 잇따라 쏟아냈다.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로 서방의 표적이 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국가들을 금융위기에서 보호하는 데 효과적인 조직이 탄생했다”고 자평했다.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은 “개발도상국 시장의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감을 반영하려면 투표권을 재분배해야 한다”면서 기존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실제 서구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브릭스 자체도 중국을 견제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본부를 어디에 두고 총재직을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해 중국과 인도가 11시간이나 논쟁을 벌였다”고 전하면서 “중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인도와 브라질의 저항 때문에 신개발은행 설립 논의가 2년이나 지체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각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미뤄 보건대 지금 쏟아내는 정치적 수사들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상당한 난관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4-07-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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