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승객은 낚시칼 건네며 폭력 부추겨
호주 멜버른에서 발생한 프랑스 여성 인종차별 사건의 경위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호주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정서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다.특히 일부 버스 승객이 가해자를 말리기는커녕 칼과 맥주를 건네며 인종차별적 폭력을 부추겼던 것으로 드러나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버스 승객이 찍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촉발된 이번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빅토리아주 경찰청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공식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당시 현장에 있던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건이 언론에 공개돼 파장이 커지면서 처음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사태를 촉발시킨 코미디언 마이크 네이너는 “피부가 갈색에 가까운 편인 내가 가해자들을 말리려 하자 그중 한 명이 ‘깜둥이는 그냥 버스 뒷자리에 앉아있어’라며 폭언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가해자가 자신을 향해 “나는 흑인이 너무 싫다!(I hate blacks!)”고 수차례 소리질렀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일부 버스 승객은 가해자들을 말리기는커녕 프랑스 여성에게 욕설을 퍼붓던 남성한테 자신이 갖고 있던 낚시용 칼과 맥주까지 건네면서 폭력을 부추겼다고 목격자들이 밝혔다.
패니 데상주로 이름이 밝혀진 프랑스 여성은 일간 디 에이지(The Age)와 인터뷰에서 “친구 9명과 함께 버스에 타 유쾌한 느낌의 프랑스 노래를 부르던 중이었다”며 “가해자들이 우리를 때릴 것 같아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데상주와 친구들은 배낭여행차 호주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너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슬픈 일은 호주에서 이런 부류의 사건이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나와 같은 인종적 배경을 가진 주위 친구들은 모두 한두 번씩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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