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치권·언론 ‘목소리만 큰 우경화’ 우려

日 정치권·언론 ‘목소리만 큰 우경화’ 우려

입력 2012-09-27 00:00
수정 2012-09-2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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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예상을 뒤엎고 승리하며 총리 복귀에 한걸음 다가서자 일본 정치권과 언론이 ‘외교 고립’과 ‘낡은 자민당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주요 매체와 정치 전문가들은 아베 전 총리의 승리 요인을 대체로 ‘한·중과의 외교 마찰’과 ‘어부지리’ 두 가지로 분석했다.

선거전 초반에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이가 드물었지만 한·일, 중·일 외교 마찰이 고조된 뒤 자민당 안에서 ‘한국과 중국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내 강경파인 아베 전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에게 표가 몰렸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간사장은 자신을 키워준 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총재를 배신했다는 이미지 탓에 득표력이 떨어졌고, 결선 투표에서는 ‘반(反)파벌’을 내세운 이시바 전 방위상에 대한 당내 파벌의 견제 심리가 커지면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아베 전 총리가 당선된 것으로 풀이됐다. 보수 자민당조차 아베 전 총리가 좋아서 뽑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베 전 총리는 ‘5년 전 주변 상황이 어려워지자 건강 악화를 이유로 무책임하게 정권을 내던졌다’는 약점이 잡혀 있어서 당선 후 자민당 내 분위기도 환영 일색인 것은 아니다.

신임 총재가 공약에서 보수 이념을 전면에 내건 데 대해서도 불안해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뜨거운 쟁점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수정론 등 역사 인식 문제다. 요미우리나 산케이신문 등 보수 매체가 고노 담화 수정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은 이들 담화를 수정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특히 담화를 수정했다가 자칫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한국,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국제 사회 전체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 전 총리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어선 대피시설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점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의욕을 보인 데 대해서는 대부분 매체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했다.

보수 정치가로 꼽히는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정조회장조차 아베 전 총리를 ‘관념적인 우익’이라고 규정한 뒤 “성향을 전면에 드러낼 경우 얼마나 큰 긴장이 초래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아사히신문은 27일자 조간 사설에서 “과거 자민당은 강경파와 온건파, 보수파와 혁신파가 섞여 있는 등 속이 깊었지만 이번에 경선에 출마한 후보 5명은 한결같이 강경파이고, 이해관계 단체의 눈치를 보는데 열중했으며 모두 세습의원이었다”며 제동장치 없는 우경화를 우려했다.

일부에선 아베 전 총리가 2006년 9월 집권한 뒤 중국과 ‘전략적 호혜관계’ 구축에 힘을 쏟았다는 점을 들어 실제로 총리가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베 전 총리의 복귀를 계기로 정책이 이해단체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낡은 자민당 정권’이 부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가 내건 ‘원전 가동 중단 반대’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신중론’, ‘공공사업 확충론’ 등이 모두 이해단체의 주장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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