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전역서 反서방 ‘분노의 금요일’

이슬람권 전역서 反서방 ‘분노의 금요일’

입력 2012-09-15 00:00
업데이트 2012-09-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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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아시아서 美·英·獨 공관 피습시위대 최소 4명 사망…사망자 수 증가美, 수단.예멘 공관에 해병대 급파

이슬람 국가인 수단 시위대 수만 명이 이날 금요 예배를 하고 나서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수도 하르툼 주재 영국과 독일 대사관에 난입해 건물 일부를 파손하고 독일 대사관에는 불을 질렀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들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으로 몰려가다가 진압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3명이 경찰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시위대는 또 독일 대사관에 걸린 국기를 내리고 이슬람을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내걸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독일 대사관의 창문과 가구 등 집기류는 심각하게 파손됐고 이어 화염에 휩싸였다.

수단 경찰은 독일과 영국 대사관을 에워싼 시위대 5천여 명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소방차는 독일 대사관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국과 독일 대사관을 공격한 뒤 수만 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다시 수단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미 대사관으로 연결된 도로를 봉쇄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수단 주재 자국 대사관이 공격당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영화는 참을 수 없지만 그것이 대사관을 공격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갖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독일인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수단의 알리 오스만 타하 부통령과의 통화에서 수도 하르툼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미국 국방부는 수단 대사관의 안전강화를 위해 해병 소대를 보내기로 했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도 이슬람 모욕 영화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정부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레바논 당국은 시위대가 정부 청사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KFC 지점과 하디스 레스토랑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은 경찰 18명을 포함해 25명이 다쳤다.

◇튀니지 美대사관 화염‥이집트 시위 나흘째 지속 =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이날 오후 수백명의 시위대가 검은 깃발을 흔들며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면서 미국 대사관 진입을 시도했다.

현지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이를 저지했지만 예배를 마친 뒤 합류하는 이슬람교도가 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일부 시위대가 화염병을 대사관 안으로 던져 주차장 부분에서 검은 화염이 치솟았다. 튀니지에선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전날 경찰과 충돌로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한 예멘에서도 이슬람 모욕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거듭 충돌했다.

시위대는 수도 사나의 미국 대사관에서 5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성조기를 태우며 미국 대사의 추방을 촉구했다.

대사관 경비를 위해 배치된 예멘 경찰은 물대포와 함께 허공에 실탄을 쏘며 2천명에 달하는 시위대의 대사관 진입을 막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소요가 이어지자 미국은 공관과 직원 보호를 위해 예멘에 해병대 50명을 급파했다.

이슬람 국가 중 가장 먼저 반미 시위가 시작된 이집트에서도 항의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수백명의 이슬람교도는 금요 예배를 마친 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집결해 성조기를 찢고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을 흔들었다.

살라피 계열의 한 성직자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한 설교에서 문제의 영화를 강력히 비난하고 이슬람과 예언자를 지키는 게 무슬림의 의무라고 촉구했다.

이후 상당수는 타흐리르 광장과 미국 대사관 사이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시위대에 합류했다.

이들은 미국 대사관을 지키는 경찰을 향해 돌과 병을 던졌으며, 경찰은 최루탄으로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 1명이 산탄총에 맞아 숨졌다. 이집트에서 지난 11일 반미시위가 촉발된 이후 시위대가 사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유럽국을 순방 중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 종교는 손님의 집과 일터를 지키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외국 공관 공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애초 이날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던 무슬림형제단도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이날 계획을 취소하고 타흐리르 광장 시위에만 상징적으로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과 가자지구에서도 이 영화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시위가 벌어졌다.

동예루살렘에서는 돌과 병을 던지는 시위대에 경찰이 섬광수류탄으로 대응, 4명이 부상했다. 또 미국 영사관으로 가두 행진을 하던 시위대가 경찰에 저지당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이란과 이라크 곳곳에서도 최대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며 항의하는 등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중동 대부분 지역이 하루 종일 이슬람 교도의 분노로 들끓었다.

◇ 아시아 이슬람 국가서도 반미 시위 확산 = 인구 90%가 이슬람 신자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날 1만여명의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고 미국 대사관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이들은 금요 기도를 마치고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바이툴 모카람 사원 바깥에 모여 “위대한 예언자에 대한 모욕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당국은 특수기동경찰대(RAB), 병력 수송용 장갑차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이 지역 골람 사르와르 경찰서장은 “집회는 평화로웠고, 시위대가 1마일(1.6㎞) 이상 행진하자 경찰이 제지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350여명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지지자들이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코란 구절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미국 대사관 밖에서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집회를 주최한 이슬람 단체 ‘히즈브 우트 타흐리르’의 한 연사는 “이 영화는 우리 예언자를 모욕했고 우리는 이를 규탄한다. 이 영화는 선전포고다”라고 외쳤다.

인구의 60%가 이슬람 신자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여러 이슬람 단체의 대표자 30여명이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대사관 직원에게 “이 영상을 유튜브에서 삭제하고,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막으며 영화제작자를 ‘인도에 반한 죄’와 ‘이슬람교도에 대한 선동죄’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메모를 전달했다.

하지만 기독교도 전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 대사를 숨지게 한 리비아의 폭력사태는 비난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유명 관광지인 바투 동굴과 북부 이포 등에서도 집회가 열렸으나 폭력사태는 없었다.

인도 카슈미르 지역의 스리나가르에서는 이날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며 파업을 했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야라라바드에서도 수백명이 ‘미국에 죽음을’ 등을 외치며 영화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였다.

파키스탄에서도 라호르 등지 몇몇 도시에서 수백명이 참가해 반미 시위를 열었다.

우크라이나 얄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 영화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강한 도발”이라며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모욕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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