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슈퍼리치들 ‘美+日 GDP규모’ 21조弗 자산 해외은닉

세계 슈퍼리치들 ‘美+日 GDP규모’ 21조弗 자산 해외은닉

입력 2012-07-23 00:00
수정 2012-07-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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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조세정의네트워크 ‘슈퍼 모럴해저드’ 보고서

전 세계 부유층이 자국의 세금을 피해 해외에 은닉한 자산 규모가 적어도 13조 파운드(약 20조 4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규모와 맞먹는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각국의 일반 국민이 긴축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부유층의 조세회피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세피난처’ 분야 전문가로, 컨설팅회사 매킨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제임스 헨리는 21일(현지시간) 영국 옵서버지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옵서버는 이번 보고서가 전 세계 슈퍼리치(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 보유자)들이 해외은행에 은닉한 역외경제(offshore economy) 규모를 추적한 지금까지 관련 조사 가운데 가장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조세 및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국제 비정부기구(NGO) 조세정의네트워크(TJN)의 의뢰에 따라 작성됐다. 구체적인 분석은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광범위한 출처의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프라이빗 뱅크(PB)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해외 은닉 자산의 규모가 많게는 20조 파운드(약 32조 4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다수의 국가에서 빠져나간 은닉 자산은 주로 스위스나 서인도 케이맨 제도 등 ‘금융정보 비협조국’(조세 피난처)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스위스계 UBS·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 전 세계 10대 PB가 관리하는 개인고객의 자산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4조 파운드를 넘어섰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이는 5년 전 1조 5000억 파운드에 비해 2.7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헨리는 보고서에서 “197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빠져나간 은닉 자산을 합치면 개도국의 해외부채를 모두 갚고도 남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은닉된 자산의 이익금까지 고려하면, 러시아에서 경제가 개방된 1990년대 초 이후 해외로 빠져나간 자산은 5000억 파운드에 이르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1970억 파운드가 유출됐다. 나이지리아의 은닉 자산 규모는 1960억 파운드에 이른다. 이 같은 수치를 기초로 계산하면, 전 세계 인구의 0.001%인 9만 2000여명이 6조 3000억 파운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결국 국가 자산은 소수의 고액 개인자산가에게 쏠리고, 국가 채무는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TJN의 존 크리스텐슨은 “은닉된 자산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빈부 격차와 불평등의 정도는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더 심하다.”면서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부(富)의 효과가 부유층에서 서민층으로 흘러 내려가는 낙수효과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옵서버는 영국노동조합회의의 브렌단 바버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 긴축과 세금 인상으로 일반 국민을 쥐어짜기보다 다국적 기업과 부유층의 조세회피를 차단한다면 경기 부양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2012-07-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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