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조’ 앨런 튜링 탄생 100주년

‘컴퓨터 시조’ 앨런 튜링 탄생 100주년

입력 2012-06-22 00:00
업데이트 2012-06-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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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세계 최초의 컴퓨터를 만든 영국 과학자 앨런 튜링(1912.6.23~1954.6.7)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국에서는 그의 놀라운 삶과 비극적인 죽음을 재조명하는 수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MSNBC가 보도했다.

튜링은 2차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모멸을 견디지 못해 극적인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는 1936년 일찍이 ‘보편적 기계’의 개념을 창안해 인공지능(AI) 창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튜링이 이상으로 삼았던 컴퓨터는 ‘사람조차 상대를 사람으로 생각할 정도의 해박한 지식과 능숙함’을 가진 것으로, 그는 이런 기준에서 기계의 지능을 측정하는 고전적인 ‘튜링 테스트’를 창시했다.

그의 가장 큰 사회적 공헌은 2차대전 중 ‘봄베’ (bombe:둥근 모양으로 얼린 디저트, 또는 압축기체 운반용 내압용기)라는 이름의 암호 해독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버킹엄셔의 블레츨리 파크(암호해독센터)에 설치된 캐비닛 크기의 이 기계는 ‘콜로서스’(Colossus)라는 공식이름이 붙여져 독일군의 교신을 탐지하고 암호를 해독해 나치의 향후 계획을 연합군에게 알려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암호해독팀 ‘울트라’(Ultra)가 이렇게 입수한 정보는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어 윈스턴 처칠 총리는 국왕 조지 6세에게 “울트라 덕분에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전후 사회는 동성애자였던 튜링에겐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튜링과 복잡한 관계에 있던 한 남자가 공범과 함께 그의 집을 털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을 샅샅이 수색하면서 튜링의 동성애 행동까지 조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 행위는 범죄로 취급됐기 때문에 튜링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과 화학적 거세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연구를 계속해야만 했던 튜링은 호르몬 주사를 통한 거세를 택했지만 그는 결국 비밀 정보 취급 자격이 취소돼 정부 기관 근무가 금지됐다.

그는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15년이 지난 1967년이나 돼서였다.

유죄판결을 받은 지 2년 지나 튜링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청산가리를 주사한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했다.

애플사의 두번째 로고인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튜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이 사건에서 나온 것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009년 뉴링에게 바치는 사후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그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기여로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인물이었다”고 칭송했다.

그는 “튜링이 받은 너무도 비인간적인 처우를 생각하면 우리가 그에게 진 빚은 실로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오늘날 일각에서는 튜링이 비극적인 동성애자 영웅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의 탄생 100주기를 맞은 올해 조명은 그의 성적 성향보다는 과학적 업적에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의 창시자 중 한 명인 구글사의 빈튼 서프 부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튜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각종 행사들은 튜링을 기술 부문만이 아닌 일반 인들의 영웅이자 친근한 인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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