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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北의 中어선 나포사건 전말

윤곽 드러나는 北의 中어선 나포사건 전말

입력 2012-05-21 00:00
업데이트 2012-05-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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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경계선 ‘부재’ 탓…불법조업 묵인 ‘딱지’ 거래

서해 상 북한의 중국어선 나포 사건의 경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외견상 이번 사건은 북한이 지난 8일 새벽 서해 상에서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적의 소속 선박 3척을 나포했다가 21일 새벽 선박과 선원을 모두 석방함으로써 일단락됐다.

북중 양국이 석방 협상과 타결 조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합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랴오닝성 현지와 베이징 외교가를 통해 그동안 서해 상 북중 어업 관행이 흘러나오면서 이번 나포 사건의 실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중국 어선 나포 지점이 황금어장으로 그동안 북한 당국의 묵인 아래 중국 어선이 돈을 내고 조업을 해온 이른바 ‘딱지 거래 해역’이라는 주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북중 간 서해 상은 돈 되는 어종이 풍부해 중국 랴오닝성과 산둥(山東)성의 어민들이 어떤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조업을 하려는 곳이지만 낙후된 어선과 장비 탓에 중국에 경쟁력이 크게 달리는 북한으로선 이를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 해군 부대가 각각 담당하는 해역별로 중국 어민들에게 어선 수와 시간별로 돈을 받고 그 증표로 조업허가증 격인 딱지를 건넨다고 한다. 아울러 해당 해역에서 조업하다 단속된 중국 어선은 이 딱지를 제시하면 풀려나는 불법적인 어업 관행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딱지 거래 중국 선박은 때로는 황금 어종을 쫓아 북한 수역에서 연평도 근해까지 침범해 한국 어선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양국 간에 서해 상 어업 경계를 구분하는 어업협정이 없고 북한은 50해리(75㎞), 중국은 12해리를 영해로 규정하는 탓에 중국 어선이 고기를 쫓아 동진하다 보면 북중 경계를 넘을 수밖에 없어 딱지 거래는 서로 이득이 되는 장사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런 거래가 북한 해군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랴오닝과 산둥성 어민에게는 잘 알려진 비밀로 통한다고 한다.

중국 어선 3척이 북한 군함에 나포되고 나서 북한이 외교 경로를 통하지 않고 사적인 접촉을 통해 중국 선주들로부터 270만위안(약 5억 원)의 거금을 받아내려 했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실제 북한에 억류됐던 중국 선원은 나포 다음 날인 9일 신원을 알 수 없는 북한인이 제공한 위성전화로 본국에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야 풀려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북한 측은 관행대로 해결하려 했으나 중국이 거부하고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외교가에서는 랴오닝성 선적 회사로선 금액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자 이를 자국 매체들에 공개했고 중국 내에서 ‘공분’이 일면서 북중 외교 문제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 관영 매체들은 나포된 곳이 동경 123도57분, 북위 38도05분 해역으로 12해리 기준을 적용할 때 북한 영해를 훨씬 벗어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들이대는 서해 상 50해리 영해 적용이 일방적이며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어선과 북한 해군 부대 간 이런 딱지 거래를 통한 불법조업 묵인 관행에 대해 북중 양국의 중앙정부는 몰랐을 가능성이 크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황을 파악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실 북중 간 어선나포 사건이 8일 발생해 21일에야 최종 마무리된 것도 그런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북한과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상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그러고 나서야 ‘정치적인’ 타협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를 배경으로 나포됐던 중국 어선들은 한 푼도 내지 않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중 양국이 본격적인 서해 어업 경계선 확정 협상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북중 간에는 서해 영해 경계선은 압록강 하구(동경 124도10분6초)를 기준점으로 남쪽 공해까지 잇는 국경조약이 있지만 이를 서해 어업 경계로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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