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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몸값’ 없이 中어민 풀어줘

北 ‘몸값’ 없이 中어민 풀어줘

입력 2012-05-21 00:00
업데이트 2012-05-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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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북여론 확산 우려한 듯…北 ‘우왕좌왕’

중국 어선 3척을 붙잡고 거액의 돈을 요구했던 북한이 아무런 대가 없이 이들을 석방했다.

2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한을 떠난 어민 28명은 이날 오전 7시께 랴오닝성 다롄(大連)항에 도착했다.

북한에 억류된 이들은 원래 29명으로 알려졌으나 실종 명단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은 출항 때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년망(新靑年網) 등 다롄 현지 매체들이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 속에서 선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곧바로 건강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석방된 어선들은 북한에 ‘몸값’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은 전날 “전체 나포 어선과 어민이 풀려나 돌아가고 있다고 북한 외무성이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가 없이 중국 어민들을 석방한 것은 나포 사태 이후 비정상적 방식으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사실이 외부 세계에 알려져 중국 안팎에서 반북 여론이 급격히 확산한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중국 어민들을 붙잡은 정체불명의 북한 무장 세력은 외교 경로를 통하지 않고 사적인 접촉을 통해 중국 선주들로부터 270만위안(약 5억원)의 거금을 받아내려 했다.

심지어 북한 나포 세력은 송금 마감일을 정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인질로 잡은 어민들을 ‘처리하겠다’고까지 위협하는 등 비상식적 모습을 보였다.

중국 어선들이 경계선을 넘지 않고 중국 수역에서 정상적인 고기잡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점도 북한에 부담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1962년 김일성 북한 주석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 사이에 체결된 북중 국경조약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 사이의 서해 영해 경계선은 압록강 하구(동경 124도10분6초)를 기준점으로 남쪽 공해까지 이어지는 선이다.

중국과 북한은 영해 이남의 서해 해역에는 동경 123도59분26초∼124도26분 사이에 이어지는 긴 직사각형 모양의 ‘자유 통행 수역’을 설정했다. 이곳에서는 북한과 중국 선박 모두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다고 북중 국경조약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배타적 경제수역 획정을 하지 않은 북한과 중국 사이의 ‘실질적 수역’을 나누는 기준선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전하면서 동경 124도를 ‘북중 해상 경계선’으로 표현해왔다.

중국 어업 당국도 과거 수십년 동안 중국 어선들이 서해 동경 124도 선을 넘지 않도록 지도해왔고, 북한 당국도 여기에 큰 의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언론 매체들은 나포 당시 해역에 있던 다른 어선에 기록된 위성항법장치의 항적 자료 사진을 불법 조업이 없었다는 물적 증거로 제시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 선박이 오히려 경계선을 넘어 중국 측 해역에 들어와 ‘불법 나포’ 한 것이 된다.

이날 다롄항에 도착한 어민들에 따르면 나포 세력은 식량과 각종 물품을 모두 빼앗고 특히 중국 어선에 장착된 위성항법장비의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

또한 어민들은 나포된 뒤 풀려날 때까지 한 차례도 햇볕을 보지 못하고 선실에 갇혀 있으면서 하루 두 끼의 죽만 먹으면서 연명했다고 증언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반박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북한의 부패한 일부 무장 세력이 중국의 조직폭력배인 흑사회(黑社會) 등 불법 조직과 결탁해 ‘독자적인 외화벌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 중앙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줄곧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제대로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점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점이다.

북한 중앙정부는 사태 초기 중국 대사관에 “중국 어선 한 척이 경계선을 넘어 불법 어로를 하다 붙잡혔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하고 있다”고만 통보했다.

북한 정부가 억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사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던 북한 나포 세력이 국제적 분란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질 것을 두려워해 상부 보고를 미뤘던 것도 사태 해결에 시간이 걸리게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사건의 실체가 어찌 됐든 북한과 중국은 ‘대가 없는 어민 석방’이라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하고 표면적으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재론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여러분은 이미 어제 신화통신이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취재해 보도한 내용을 봤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소식을 제공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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