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로 10년 동안 기억 사라져

자전거 사고로 10년 동안 기억 사라져

입력 2012-04-14 00:00
수정 2012-04-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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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성 통신원= 뉴질랜드의 한 40대 과학자는 자전거 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 최근 10년 동안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비운의 주인공은 해밀턴에 사는 로비 프라이스(43)로 지난 2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교통 표지판을 머리로 받는 사고를 일으킨 뒤 심각한 기억 상실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난 2002년 가족들과 함께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왔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고 이제 10대로 접어든 두 아들의 어린 시절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더군다나 환경 연구를 담당했던 토지 관리 연구소에 나가 일하는 방법을 다 잊어버려 출근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는 뉴질랜드 언론에 “모든 게 정말 혼란스럽다. 그러나 의사들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일어난 날 아침 상황도 그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의 아내인 로시니 칸타가 기억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사고 당시 자신이 시속 50km 정도의 속도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목격자는 프라이스가 난간이 있는 다리 위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자전거 도로 위에 임시로 놓인 교통 표지판을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겉으로 난 상처는 하나도 없었으나 그는 앰뷸런스 편으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잠에 빠져 들었다.

뇌진탕이 나타났고 기억 상실로 이어진 것이었다.

잠에서 깼을 때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고 자신의 8천 달러짜리 산악자전거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방안에 있는 자전거가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물론 그것은 내 것이었다. 10년 동안의 기억이 사라져 내가 자전거 사고를 냈다면 자전거는 옛날 자전거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자전거로 가서 소지품 가방을 열고 그 안에 뉴질랜드 운전 면허증이 있는 지갑을 발견했다. 내 기억에 없는 부분들이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의 삶 속에 들어가서 깨어난 느낌이었고, 환각 상태에 빠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 간 일을 떠올리면서 2시간 전이라고 생각한 것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때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부인이 앞에 있는데도 그는 심한 감정 기복을 보였다. 한 순간 웃는가 하면 그 다음은 울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앰뷸런스로 와이카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사들은 그에게 뇌에 타박상을 입었다며 모든 기억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최소 2~3일에서 2~3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그에게 무엇보다 6일 동안은 일에 대해 생각하지 말 것과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도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자전거도 타지 말라고 했다.

그는 지금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미국에 흑인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 등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처음 며칠 동안은 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들을 공부하며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 등 다소 오래된 첨단기기들도 낯설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능들을 다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2002년 이전 기억들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다. 호주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일으킨 사고는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다행히 새로운 것들을 기억하는 데도 문제가 전혀 없다.

프라이스는 자신의 사라진 기억이 천천히 되살아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오클랜드 대학 신경 심리학과 리넷 티펫 교수는 머리 부상 후 겪는 퇴행성 기억상실은 단기간 나타나는 게 보통이지만 그 기간이 얼마든지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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