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골프장이 고수하는 ‘금녀(禁女)’ 원칙이 또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1933년 창설 때 회원의 자격을 ‘백인 남성’으로 한정했던 오거스타골프장은 1990년에야 흑인을 회원으로 받아들였지만 아직 여성 회원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오거스타골프장의 원칙이 시험대에 오른 것은 마스터스 골프대회의 가장 중요한 후원업체인 IBM이 지난 1월 여성인 버지니아 로메티(53)를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거스타 골프장이 지금까지 IBM 최고경영자에게는 예외없이 회원 자격을 줘온 전통에서 비롯됐다.

특히 IBM 최고경영자는 마스터스골프대회 기간에 오거스타골프장에서 회원을 상징하는 그린 재킷을 입고 손님을 접대하는 관례가 있다.

로메티의 전임자인 샘 팔미사노와 루이스 거츠너, 존 애커스, 존 오펠 등 IBM 최고경영자는 모두 남성이었기에 오거스타골프장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인 로메티가 IBM 최고경영자로 취임하자 문제가 생겼다.

마스터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현지시간) 오거스타골프장과 IBM이 이런 미묘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2002년부터 오거스타골프장의 여성 차별을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시킨 여권 운동가 마사 벅은 CNN과 인터뷰에서 “오거스타의 ‘남자애’들이 아주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고 고소해했다.

벅은 “이제 오거스타골프장이 여성을 회원으로 받거나 아니면 IBM이 오거스타골프장에 대한 후원을 중단하는 것 밖에 없다”며 말했다.

벅은 특히 ‘여성’인 로메티 최고경영자를 겨냥해 “오거스타골프장의 회원 자격을 받아내지 못하면 IBM의 기업 이미지를 망치고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IBM은 과거 PGA챔피언십이 유색인 회원을 받지 않는 앨라배마주 숄크릭 골프장에서 개최되자 TV 광고를 취소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오거스타골프장은 벅의 공격에 대해 “회원 자격 문제는 우리 내부의 일”이라며 외부인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IBM은 이에 대한 언론의 코멘트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로메티 최고경영자는 골프보다는 스쿠버 다이빙을 더 즐긴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