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할머니의 극적 귀환

팔순 할머니의 극적 귀환

입력 2012-04-05 00:00
수정 2012-04-0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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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은 조종사 남편… 연료 부족… 엔진 정지…

비행 면허조차 없는 팔순의 미국 할머니가 비행 중 심장마비로 숨진 남편 대신 조종석에 앉아 무사히 착륙해 화제다. 엔진 2개 중 1개는 작동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30년 전 ‘유비무환’ 덕에 가능했던 기적이다.

●30년 전 배운 이착륙법 목숨 구해

주인공인 헬렌 콜린스(80)는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르코섬의 별장에서 지내다 부활절에 맞춰 위스콘신주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가 8인승 경비행기 ‘세스너 414A’에 몸을 실었다. 조종간은 남편 존 콜린스(81)가 잡았다.

급박한 ‘드라마’는 남편 존이 부인에게 갑작스럽게 호출을 보내며 시작됐다. 헬렌은 이내 조종석으로 들어갔고, 남편은 이미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밀워키 인근 스터전베이 체리랜드 공항 착륙을 불과 7분 남기고 터진 일이었다.

할머니는 남편이 숨진 것을 알아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경찰 비행운행관리원에게 급히 사실을 알렸다. 얼마 안 돼 도움을 줄 다른 경비행기가 할머니의 비행기 방향으로 출동했고, 파일럿인 아들도 무전을 통해 어머니에게 운항법을 설명했다.

●3전4기만에 앞바퀴 부러지면서 착륙

할머니는 30년 전 ‘남편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배웠던 이착륙법을 떠올렸고 아들 등의 도움을 받으며 경로를 유지,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연료가 부족했다. 3차례에 걸친 착륙 시도 과정에서 엔진 2개 중 한 개는 연료가 바닥나 멈춰섰고, 다른 엔진도 연료가 거의 소모된 상태였다. 결국 네 번째 착륙 시도 만에 앞바퀴가 부러지고 300m가량 미끄러진 뒤 비행기는 가까스로 활주로에 멈춰섰다.

헬렌 할머니는 척추와 갈비뼈 부상으로 입원했지만, 생명에는 지장 없이 회복 중이다. 아들인 리처드 콜린스(55)는 “(부모님) 두 분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훈련을 많이 받은 파일럿도 엔진 하나만으로 착륙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2-04-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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