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실존 증거 발견‥찾아나서야”‥”픽션일뿐” 문화재 훼손 반론도
이탈리아 피렌체 시청 벽 안에 숨겨졌다는 설이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작 ‘앙기아리 전투’ 벽화를 찾아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특히 40년 가까이 이 작품을 추적해온 한 전문가가 12일(현지시간) 다빈치의 작품일 가능성이 큰 흔적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앙기아리 전투’ 벽화는 다빈치가 피렌체 공국 군대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피렌체시 청사로 사용되는 베키오 궁전의 한 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록 1506년 중단돼 미완성이지만 그 시대 미술사가들은 다빈치 예술 인생의 최고봉으로 평가했던 작품이다.
그러나 문제는 존재가 확실하지 않은 ‘앙기아리 전투’ 벽화를 찾으려다 멀쩡한 다른 벽화를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16세기 건축가이자 화가인 조르지오 바사리가 1563년 당시 권력을 장악한 메디치가(家)의 명령에 따라 ‘앙기아리 전투’ 벽화 위에 메디치가의 승리를 기념하는 새 벽화를 그렸다는 것이 미술사학계의 정설이다.
다빈치의 숨겨진 걸작을 찾아야 한다는 쪽에서는 당시 바사리가 다빈치의 작품 바로 위에 벽화를 그리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지탱해 줄 새로운 벽을 벽돌로 세웠다고 주장한다. 또 깃발의 문구 뒷부분에는 조그만 공기 틈까지 남겨둔 사실이 레이저 탐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즉 바사리의 벽화와는 별개로, 그 바로 뒤의 별도 벽에 다빈치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얘기다.
이 벽화를 추적해온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마우리치오 세라치니 박사는 12일 베키오 궁전의 숨겨진 벽에서 검출된 검은 안료에서 망간과 철이 발견됐다며 이것은 ‘모나리자’ 같은 다빈치의 그림에서만 볼 수 있는 소재라고 주장했다.
세라니치 박사가 이런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까지는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는 1975년 바사리의 전투 풍경을 연구하던 중 ‘찾으라, 그러면 발견하게 될 것이다’(Cerca Trova)라는 문구가 담긴 작은 깃발을 보고 이는 이 밑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바사리의 신호가 아닐까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5년 만인 2000년 세라치니 박사가 이끄는 탐사팀은 레이저와 레이더, 자외선 및 적외선 카메라 등을 사용해 벽과 주변 방들을 샅샅이 측량, 리모델링 이전 청사진을 복원했다.
이것과 16세기 문서를 바탕으로 그림이 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아냈고, 이 장소는 세라치니 박사의 탐색 작업에 대한 단서가 된 깃발 문구의 위치와 일치했다.
세라니치 박사의 탐사 비용 일부를 제공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테리 가르시아 부회장은 “나는 다빈치의 그림이 그곳에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마테오 렌치 피렌체 시장은 “시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이탈리아 중앙정부에 추가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다빈치 코드’식 예술 픽션 때문에 멀쩡한 다른 작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탈리아 유적 보존단체 ‘이탈리아 노스트라’는 “바사리의 작품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댄 브라운(다빈치 코드 저자)식 선전에 불과하다”며 탐색 작업에 반대하는 청원을 냈다. 청원에는 세계 각국 미술학자들이 동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