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러시아 방송 통제 강화 논란

대선 앞둔 러시아 방송 통제 강화 논란

입력 2012-02-15 00:00
수정 2012-02-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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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인사 출연 정치토크쇼 1주일 만에 문닫아

10~30대 젊은층을 상대로 하는 오락전문 채널 MTV는 14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이달 초부터 방송된 정치 토크쇼 ‘고스데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MTV는 요즘 젊은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가장 민감하고 시사성 있는 문제들을 다루겠다며 이달 7일부터 이 프로그램을 출범시켰었다.

첫 방송에선 ‘푸틴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나’는 주제로 친정부 및 반정부 인사들이 함께 나와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17일로 예정된 2회 방송에서는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선거 부정 규탄 시위를 이끌며 대표적 야권 인사로 급부상한 유명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가 출연해 민족주의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었다.

MTV 사장 로만 사르키소프는 “설문조사 결과 시청자들이 정치적 색채의 토크쇼를 그렇게 재미있어하지 않으며, 오히려 오락 프로를 기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지금 정치토크쇼를 방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한 것이고 분위기가 바뀌면 나중에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MTV는 일주일 전 ‘고스데프’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이유로 역시 여론 조사 결과를 들었었다. 사르키소프 사장은 당시 “젊은이들이 관심을 두는 문제들에 대해 토론을 펼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이는 유행을 존중하는 것이고 사회적 수요를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고스데프’의 진행자 크세니야 소브착은 이날 트위터 블로그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이 정치적 검열로 인해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소브착은 이어 반정부 성향의 현지 라디오방송 ‘에호 모스크비’에 출연해 “2회 방송에 저명 블로거 나발니를 초대한 것이 방송 중단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소브착은 같은 프로그램을 다른 채널이나 인터넷을 통해 계속 진행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사가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아 프로그램을 내렸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프로그램 시청률이 같은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보다 3배나 높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처럼 온건한 시각을 가진 사람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니 (야권 지도자) 나발니에게 전화를 걸어 화염병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브착은 지난 2000년 사망한 개혁인사 아나톨리 소브착의 딸이자 유명 언론인으로, 최근 일어난 푸틴 반대 시위에도 참여했다.

◇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이사진도 쫓겨나 = 한편 또 이날 푸틴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민주주의 후퇴 등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모스크비’의 이사진이 전격적으로 경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에호-모스크비의 보도국장 및 인기 진행자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방송사 대주주인 ‘가스프롬-메디아’가 방송사의 이사진 조기 사퇴와 독립이사 교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가스프롬-메디아는 에호-모스크비 방송사 주식 66%를 소유한 대주주다. 가스프롬-메디아 측은 이사진 조기 교체 결정에 대해 “그룹 산하 모든 자회사의 이사회에 전문 경영인이 영입됐다”며 “바로 이같은 기준을 에호-모스크비 방송사에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이번 조치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지난달 푸틴 총리가 방송사를 신랄하게 비난하고 난 뒤에 취해져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푸틴 총리는 지난달 중순 주요 언론사 고위 편집진 30여 명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에호 모스크비 방송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에게 ‘똥물’을 끼얹고 있다며 격하게 비난한 바 있다.

에호 모스크비 방송사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가스프롬-메디아의)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6월로 예정된 정기 이사 교체가 성급히 이뤄지는 이유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이어 “가스프롬-메디아가 방송사에 대한 고위층의 비판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임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는 방송사의 보도 노선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 공익에 근거해 결정될 것임을 청취자들에게 확약한다”고 강조했다.

에호 모스크비 독립 이사직에서 쫓겨나는 경제학자 예브게니 야신도 “이 모든 조치는 자유 언론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취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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