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칸촌 토지 시위에 백기 들었다

中, 우칸촌 토지 시위에 백기 들었다

입력 2011-12-22 00:00
업데이트 2011-12-22 00:1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광둥성 부서기 “업무 실수 있어… 주민 요구 합리적”

토지강제수용 등에 항의해 넉 달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국 남부 광둥성 산웨이(汕尾)시 루펑(陸豊)현 우칸(烏坎)촌 주민들이 마침내 당국의 ‘백기’를 이끌어냈다.

중국 당국은 “주민들의 요구가 합리적이고, 주민들의 비이성적인 행위도 이해할 만하다.”며 마을을 봉쇄한 채 결사항전하고 있는 주민들의 기세에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 중국 내에서 집단시위는 어떤 식으로든 진압되는 게 철칙이었다는 점에서 당국의 이런 ‘저자세’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우칸촌 사태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근 도시 등으로 시위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당국이 ‘원만한 해결’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1일 광저우일보 등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광둥성 당·정은 전날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는 주밍궈(朱明國) 성위원회 부서기를 조장으로 우칸촌 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공작소조를 꾸렸다. 소조는 주민들의 요구 대부분이 합리적이라는 전제하에서 우칸촌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집단토지 강제수용, 촌 정부의 채무, 촌 간부의 비리 및 위법선거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아울러 폭력시위 연루 주민들에 대한 선처를 보장하는 한편 사태악화의 도화선이 된 주민대표 쉐진보(薛錦波) 고문치사 의혹과 관련,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공정한 제3의 법의학기관에서 최종 검시를 하자고 제안했다.

주 부서기는 루펑현에서 열린 회의에서 “기층 당·정의 대민업무에 확실히 실수가 있었고, 주민들의 요구가 대부분 합리적”이라면서 “주민들의 일련의 비이성적 행위도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들의 요구를 확실하게 파악해 성심껏 해결하고, 위법·부패 행위를 엄정하게 조사해 주민들에게 이롭게 처리함으로써 우칸촌의 사회질서 회복에 힘쓰라.”고 지시했다.

우칸촌 주민들은 마을 집단 소유로 된 토지 33만 4000여㎡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넘어간 데 반발해 지난 9월 21일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수십 년 넘게 교체되지 않아 부패한 촌 간부들이 토지개발업자들과 결탁해 이 같은 비리를 저질렀다며 ‘독재철폐’, ‘비리척결’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을을 봉쇄한 채 시위를 계속해 왔다. 당국은 격리된 마을에 식량, 식수 등의 공급을 차단하는 등 강제진압과 고사작전을 병행하며 주민들을 몰아세웠지만 끝내 주민들의 항복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한편 우칸촌 주민들의 장기시위는 주변 지역 주민들까지 고무시키는 양상이다. 산웨이시에서 150여㎞ 떨어진 산터우(汕頭)시 하이먼(海門)진에서는 당국이 주민 반발을 무시하고 제2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하자 지난 20일 주민 3만여명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진 정부 청사와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했으며 인터넷에서는 진압과정에서 주민 6명이 사망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떠돌고 있다.

이처럼 광둥성에서의 잦은 집단시위는 내년 권력교체 과정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을 노리는 왕양(汪洋) 당서기에게도 큰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1-12-22 23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