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잉글랜드 대표팀 ‘현충꽃’ 부착 허용

FIFA, 잉글랜드 대표팀 ‘현충꽃’ 부착 허용

입력 2011-11-10 00:00
업데이트 2011-11-10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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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윌리엄왕자까지 나서 FIFA 압박

9일 이른 아침부터 영국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이탈리아를 강타한 유로존 위기 때문도 아니고 영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 때문도 아니었다.



바로 매년 11월이면 남녀노소 할 것없이 영국인들이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고 다니는 양귀비꽃 조화 ‘포피(Poppy)’ 때문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오는 12일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국가 대항전에서 포피를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에 부착할 수 없다고 결정하자 언론들은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뤘고 영국인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포피’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한 지방에서 격전을 벌이던 중 피어난 야생 양귀비 꽃을 보고 지은 시에서 유래돼 전몰 장병들의 상징이 됐다.

정치인, 경제인은 물론 평범한 직장인,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누구나 포피를 구입해 한달내내 달고 다닌다. 수익금은 참전 단체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과 심판들,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자까지도 10월말부터 포피를 달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FIFA는 유니폼에 정치적, 종교적, 상업적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들어 국가대항전에 포피를 달지 못하도록 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에 이어 참전 군인 단체들이 움직였다.

휴 로버슨 체육 담당 차관에 이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FIFA에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오후에는 왕위계승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까지 서한을 보내 “포피는 순국 선열을 기리는 보편적인 상징이고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상업적 의미도 내포돼 있지 않다”면서 강력히 항의했다.

언론들은 영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전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인 11월 11일을 전후해 ‘포피’ 배지를 단다면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축구 종가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인지 FIFA는 이날 오후 공식 발표를 통해 “포피를 단 검은 암밴드를 착용하고 경기를 뛸 수 있다”고 물러섰다.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포피를 달수 있게 됐다”고 긴급뉴스로 소식을 전하면서 시민들의 반응까지 소개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에 대해 영국인들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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