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월가 시위 한달] 1500개 도시 분노의 주말

[反월가 시위 한달] 1500개 도시 분노의 주말

입력 2011-10-17 00:00
업데이트 2011-10-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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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개국서 99%의 함성

“빈부격차를 해소하라.” “일자리를 달라.”

탐욕으로 물든 금융업계를 규탄하고 고실업, 빈부 격차에 항의하며 미국에서 처음 고개 든 ‘월가 점령 시위’가 15일(현지시간) 지구촌 곳곳에 들불처럼 번졌다. 82개국 1500여 도시에서 성난 시위대가 주말 동안 물밀 듯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탈리아 로마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과격 시위로 비화했다.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바람 탄 ‘분노의 세계화’가 언제까지 지속되면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이날 시위는 시차를 두고 파도를 타듯 세계 전역에서 퍼졌다. 주요국 중 가장 앞서 해가 뜬 호주와 뉴질랜드에 ‘월가 시위’가 먼저 상륙했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아오테아 광장에서는 2000여명의 시위대가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하며 텐트를 치고 6주간의 장기 시위에 돌입했다. 이웃국인 호주 시드니에서는 오후 2시(현지시간) 호주중앙은행(RBA) 앞 광장에 1000여명이 집결해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해 멜버른, 브리즈번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금융자본 등에 반대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었다. 일본 도쿄 도심의 부유층 거주지인 롯폰기와 히비야 공원에서는 정오부터 수백명의 시민이 참가해 빈부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미국대사관 앞에는 마스크를 쓴 수십명의 시위대가 집회를 가졌다. 인도네시아 시위 지도부의 루디 다만은 “우리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체제가 무너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주말 시위는 유럽에서 절정을 이뤘다. 재정위기 탓에 국민적 분노가 다른 지역들에 비해 커 시위가 과열됐다. 시위대는 “(미국의 금융기업) 골드만삭스가 악마 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다.”거나 “정부 지출을 삭감하지 마라.”, “(금융 권력에) 반격을 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는 20여만명이 거리로 나서 국방부 청사 별관과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 불을 붙이고 은행 점포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서면서 최소 70명이 다쳤고 정확한 체포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금융 중심 도시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청사 앞에서 세계 금융시스템의 부당함과 은행 권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반(反) 금융권 시위가 세계 처음으로 불붙었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월가 시위에 동조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5월 15일 높은 실업률과 금융 엘리트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던 마드리드 ‘태양의 문’ 광장 인근에는 수천명이 모여 “그들(금융권)이 우리 권리를 훔쳐갔다.”라고 쓴 피켓 등을 들고 시위했다. 영국 런던의 시위 현장에는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참가해 시위대를 응원했다. 또 유럽연합(EU)의 수도 격인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6000여명이 모여 ‘진짜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의 진원지인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브라질의 주요 도시에서도 하루 종일 시위가 이어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10-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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