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관제시위로 ‘시민혁명’ 맞서나

무바라크, 관제시위로 ‘시민혁명’ 맞서나

입력 2011-02-02 00:00
업데이트 2011-02-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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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개편, 차기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반(反) 정부 시위를 잠재우려 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정부 시위 9일째인 2일에도 “무바라크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 수천명의 친(親) 무바라크 시위대가 진입하면서 양측간 유혈 충돌이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타흐리르는 이집트어로 ‘해방.자유’를 뜻하며 타흐리르 광장은 이번 사태를 맞아 그야말로 자유와 해방의 광장이 되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도심 외곽에서 세를 불리기 시작한 친 무바라크 시위대는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께부터 반정부 시위대가 포진한 해방광장으로 접근을 시도했고 군이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반 무바라크 시위대와 충돌했다.

이들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듯 이집트 국기와 쇠파이프, 몽둥이, 돌멩이와 벽돌 조각 등을 소지한 채 해방광장에 진입했고 반 무바라크 시위대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고 돌멩이와 벽돌 조각을 던졌다.

반 무바라크 시위대도 돌멩이를 집어 던지면서 반격에 나서는 등 양측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전날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서도 평화적 집회가 진행됐던 것과 달리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경찰을 대신해 치안유지 역할을 맡았던 군이 수수방관하고 경찰은 찾아보기 힘든 ‘공권력 공백’ 속에 친-반 무바라크 시위대 사이에 유혈충돌dl 발생하자 무바라크 대통령이 관제시위를 이용한 혼란 조장이라는, 고도의 술수를 쓰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여성 시위대는 “친 무바라크 시위대는 철저히 조직된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해방광장에 진입해 폭력사태를 유발할 때까지 군과 경찰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음모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전 군이 “시위대는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한 점도 군이 친 무바라크 시위대의 등장과 친-반 양측 충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결국 친 무바라크 시위대가 누군가에 의해 조직됐으리라는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와 달리 일각에선, 이날 친 무바라크 시위대의 규모가 작고 조직적인 짜임새가 덜하다는 점에서 다는 점에서 음모론은 시기상조라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관제시위로 반정부 시위대에 맞서 치안 부재와 혼란을 고조시킨 뒤 “질서 회복”을 빌미로 군.경을 투입해 시위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시민혁명의 메카 해방광장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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