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감동을 선사한 칠레 광부 33명의 구출 이야기 뒤에는 구조작업을 총괄 지휘한 안드레 수가레트(46)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수가레트는 15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자신이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광부 33명을 기적적으로 구출하게 된 과정을 회고했다.

　그는 지난 8월 광산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사흘만에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매몰된 광부들을 구출하는 작업의 책임자로 전격 임명됐다.

　칠레 국영 구리 생산업체인 코델코의 엘 테니엔테 광산 운영자로서 갱도 시추작업에서 보여준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수가레트는 피녜라 대통령을 만난 직후 항공편으로 산호세 광산에 도착,구조팀을 편성하고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구조팀은 광산 붕괴사고가 지하 약 355ｍ 깊이에서 발생했으며 이를 통해 갱도로 70만t이나 되는 바위가 굴러떨어진 것으로 추산했다.

　수가레트는 매몰된 광부들이 있는 곳으로 구멍을 뚫어보기로 하고 붕괴사고 당시 탈출에 성공한 광부 3명의 증언 등을 토대로 매몰 광부들의 위치를 추정해 굴착작업을 시작했다.

　붕괴사고 14일째인 8월19일 구조팀은 700여ｍ 깊이까지 구멍을 뚫어봤지만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광부들이 있는 곳을 빗나간 것이다.

　빗발치는 항의로 인한 압박감 속에 다시 굴착작업에 들어간 구조팀은 같은 달 22일 매몰 광부들이 드릴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으며 지상으로 끌어올린 드릴에는 ‘우리는 모두 살아있다’는 광부들의 메시지가 따라 올라왔다.

　수가레트는 2개의 구멍을 추가로 뚫어 광부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등을 내려보내는 한편 ‘플랜 A,B,C’로 알려진 갱도 굴착작업을 시작했다.

　이어 광부들에게 전화기를 내려보낸 이후로 매일 그들과 통화했으며 이들로부터 구출작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이같은 수가레트를 광부들은 ‘보스’라고 불렀으며 광부들의 리더였던 루이스 우르수아는 “당신같은 사람은 칠레에서 거액의 가치가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구출 이후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광부들이 15일 속속 퇴원하면서 자신들이 지하에서 겪은 일들을 하나둘 언론에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구출된 광부들 가운데 한 명인 후안 이야네스는 퇴원 직후 AFP통신 인터뷰에서 “(구조팀에 발견되기까지의) 처음 17일 동안은 악몽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또다른 광부 리처드 빌라로엘은 워싱턴포스트(WP)에 “(매몰 당시) 체중이 26파운드(약 12㎏)나 빠졌다”며 “우리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광부들은 그러나 지하에서 있었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여전히 꺼리고 있다.

　구출된 광부인 오마르 레이가다스의 딸은 광부들이 인터뷰나 방송 출연,영화 등으로 얻게 될 이익을 나눠갖기로 하고 공동의 결정 없이는 자신들의 체험을 언론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의 원인에 관한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익명을 요청한 코델코의 한 직원은 광산 소유주들이 수년 동안 임시방편으로 채굴작업을 진행해 최소한의 지지대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매몰됐던 광부 33명 가운데 27명은 광산 소유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