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사태 긴장속 소강…구호 난항

키르기스 사태 긴장속 소강…구호 난항

입력 2010-06-17 00:00
업데이트 2010-06-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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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사망자 최소 300명” …美·러 예의주시

 키르기스스탄 민족 분규의 진원지인 오슈에서 폭력사태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지만 긴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유혈사태가 발생 7일째를 맞으면서 확인된 인명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고 민족 간 반목도 심해지고 있다.

 키르기스 정부가 내놓은 국민투표 등 해결 방안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난민을 구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생활필수품 부족 현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겁에 질린 우즈벡계 난민들이 외부 손길에 극단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사태 해결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우즈벡 “사망자 최소 300명”..피난민 20만명16일(현지시간) 현재 민족분규 진원지인 오슈시는 행인들이 사라진 채 장갑차에 탄 중무장 차림의 군인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 상당수는 불타버려 뼈대만 앙상하고 상가들 역시 불탄 곳이 많다.

 폭도들이 경찰서와 군 기지,무기고 등을 습격한 이후 상당량 무기의 소재가 여전히 파악되지 않아 또 다른 폭력사태 발생 가능성이 농후하다.

 20여년만의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 1주일째를 맞으면서 확인된 사상자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당국 공식 집계는 187명 사망,2천여명 부상이지만 키르기스 과도 정부 관계자들도 사망자수가 최소 200명 이상은 된다고 보고 있다.

 우즈벡계 공동체 관계자는 “우즈벡계 주민 사망자만 3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남부의 거점도시이자 헤로인 거래 중심지인 오슈에서 나왔다.

 이번 사태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약 20만명으로 10만명 이상의 우즈벡계가 이웃나라인 우즈베키스탄으로 탈출했으며 7만5천명의 피난민들이 양국 국경의 키르기스 지역에 몰려 있다.

 ◇ “마약 거래 前대통령 가문 배후”키르키스 과도 정부는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보고 있다.

 4월에 권좌에서 축출된 바키예프 가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된 헤로인이 키르기스와 우즈벡,타지키스탄 접경 지역인 오슈 지역을 경유해 러시아로 이동하는 운송을 관장하고 있었다는 점에 현지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타지키스탄과 아프간 접경 지역에서 생산된 마약은 차량에 실려 약 700km를 이동해 오슈로 유입된다.오슈에서 마약은 재포장된 뒤 우즈벡이나 카자흐스탄,러시아 등으로 이동한다.

 특히 최근 오슈 지역에서 바키예프 가문과 거래하던 우즈벡계 마약 조직의 두목이 살해되면서 입지가 어려워진 바키예프 가문이 민족 분규를 자극하게 된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키예프 전 대통령 가문 입장에선 민족 분규를 조장함으로써 과도 정부를 약화시키고 권력 공백을 틈타 마약 거래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는 다중 포석을 뒀다는 설명이다.

 유엔 역시 “목표가 분명하고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사건(targeted and well-planned)”이라고 언급,키르기스 정부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진영은 이번 사태가 키르기스의 치안 부재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이 지역이 이슬람 무장세력의 활동 무대나 조직폭력배들의 마약 거래 거점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키르기스 과도 정부는 국민투표와 국회의원 선거 등 민주화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27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으며 국민투표 이후 법적으로 허용되는 가장 이른 시일 내에 국회의원 선거도 마치겠다는 전략이다.

 ◇ 러‘ “병력 파견 불가”..美도 예의주시옛 소련의 맹주 러시아와 키르기스에 군사 기지를 둔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개입은 가능한 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규약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언급,러시아군 병력을 키르기스에 파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재확인했다.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키르기스엔 CSTO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지만 평화유지군은 오직 외부 공격에 대항하는 일에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키르기스에 있는 미군 기지는 아프가니스탄전을 치르는 미군의 주요 보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로자 오툰바예바 과도 정부 대통령과 이날 통화하고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은 로버트 블레이크 미 국무부 중앙아시아.남아시아 담당 차관보를 18일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로 파견할 예정이다.

 ◇ 유엔 “안보리서 논의”..美 “1천30만弗 지원”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중대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ICRC는 “우즈베키스탄 쪽 국경에만 7만5천여명이 있는데 대부분 여성이며 어린이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다.

 반 총장은 키르기스 민족 분규 해결방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240t의 긴급구호품을 실은 항공기를 우즈베키스탄에 보내기 시작했다.

 이 항공기엔 텐트와 물.음식품 등 생필품이 담겨 있다.

 미국은 1천30만달러의 인도주의 지원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이중 650만달러는 신속 지원 자금으로 배정했다.

 그러나 20만명 가까운 난민이 갑작스럽게 쏟아지면서 물과 음식품 등 생필품은 태부족이다.

 이번 민족 분규의 최대 피해자인 우즈벡계 주민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마저 외면,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알마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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