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 성명서 초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보다 높은 수준인 영국의 재정적자에 대해 유럽연합(EU)이 공개적으로 닦달하기 시작했다.영국 정부는 현재 2010~2011 회계연도에 12.6%에 달하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014~2015 회계연도까지 4.7%로 감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개된 집행위 성명서 초안에서는 전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정부는 자국 경제가 2010~2011 회계연도에 2% 성장하고 이후 4년간 해마다 3.3%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치라는 비판이다.
영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그동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에 가려 있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찍이 상당한 주목을 받아 왔다.
독일 도이체방크가 지난 1월 주요국 재정위험 순위를 발표했을 때 영국은 그리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위였던 것과 비교, 위험도가 급등한 셈이다.
영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나서서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한 데다 조세수입이 줄면서 2008년 GDP 대비 5.1%였던 재정적자가 1년 만에 11.6%로 두 배 이상 늘었을 정도로 공공재정이 급속히 악화됐다. IMF에 따르면 정부부채도 2008년 GDP 대비 52.2%에서 2009년 68.7%, 2010년 80.3%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해법은 영국 안에서도 논쟁거리다.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무장관 1순위 후보로 거론되는 보수당 재정 정책 책임자 조지 오스본은 EU 보고서에 대해 “경기회복을 위해 더 신속하게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게 보수당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0-03-17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