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영화 틈속 여행 감성 자극 영화 두편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점령한 블록버스터 영화들 속에서 유럽 여행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려 대기 중이다.

8일 개봉하는 영국 영화 ‘트립 투 그리스’는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트립 시리즈’ 가운데 네 번째 작품이다. 영국의 코미디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던이 잉글랜드(2010), 이탈리아(2014), 스페인(2018)에 이어 마지막으로 그리스로 6일간 여행을 떠나 레스토랑 등을 탐방하는 내용을 담았다. 쿠건과 브라이던의 여행은 영국 잡지 ‘옵서버’의 미식 여행 기획 덕이다. 이들은 터키 아소스를 시작으로 그리스 아테네, 이타카까지 신화 속 인물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 인생과 예술, 사랑에 대한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주인공들이 역사적 명소들을 배경으로 성대모사 대결을 펼치며 익살스런 장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탁 트인 지중해의 풍광과 목가적 정원을 배경으로 그리스 신화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이야기를 곁들여 코스 요리를 즐기는 지적인 순간도 담았다.
영화 ‘와인 패밀리’<br>
15일 개봉하는 숀 시스터나 감독의 캐나다 영화 ‘와인 패밀리’는 이탈리아의 풍광과 와인을 소재로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고 싶다’는 환상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캐나다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를 만큼 성공한 주인공 마크가 어느 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딸과 상의하지 않고 무작정 어린 시절 고향인 이탈리아로 떠난다. 마크는 40여년 만에 찾은 고향에서 할아버지가 남겨놓은 포도밭을 활용해 와이너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매트릭스’(1999), ‘메멘토’(2000) 등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은 연기파 배우 조 판톨리아노가 마크를 맡아 친근하고 온화한 매력의 ‘아재’ 연기를 선보였다. 와인에 대한 지식 없이 퇴직금까지 쏟아부으며 농사일에 뛰어든 마크의 무모한 선택이 고향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물질적 부 이상의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잔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탈리아 남부 아체렌자의 그림 같은 언덕 마을과 고즈넉한 기차역, 와이너리와 드넓은 포도밭 등의 영상미는 백미다. 실제 아체렌자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알려지지 않은 10곳’ 중 하나다.

허희 문학평론가 겸 영화칼럼니스트는 “두 영화는 여름철에 맞춰 여행을 가지 못한 관객들을 나름 달래는 효과를 품고 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어울리는 힐링 영화”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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