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엄복동을 연기한 배우 정지훈은 “박지성 선수나 김연아 선수가 그랬듯 엄복동은 힘든 시절 국민의 애환을 달래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인컴퍼니 제공<br>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대중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늘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잘 할 수 있는데도 제가 노력을 덜 해서 혼나는 건 굉장히 싫거든요. 그래서 늘 열심히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죠. 열심히 하는 저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오만하고 자만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채찍을 때리는 분도 있겠죠. ‘저 열심히 했으니까 때리시면 맞을게요’라는 각오입니다(웃음).”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오랜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정지훈(37)의 영화에 대한 감회는 특유의 열정적인 태도 만큼이나 남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연기한 엄복동(1892~1951)은 일제강점기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1위를 한 실존 인물이다. 당대 사람들에게는 전설이었지만 현재는 낯선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쉽지 않았을 터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마주한 정지훈은 부담감이 컸지만 그래서 더 치열하게 준비했다고 했다.

“엄복동 선생님이 돌아가신데다 10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서 저희 친척 어른들께 이것저것 여쭤봤어요. ‘떴다 올려 보아라 하늘에는 안창남 달린다 내려 보아라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노래는 알고 계셨는데 (엄복동 선생에 대해) 자세하게 아시는 분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책과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평범한 물장수에서 조선인들의 희망이자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 인물에 대한 적잖은 고민이 뒤따랐다.

“주변 어르신들께 여쭤보니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먹고 살기 더 힘든 시절이라 그저 식솔들 삼시세끼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에서 힌트를 좀 얻었어요. 엄복동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물을 조금이라도 빨리 날라야 했을 것이고 그러자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살지 않았을까 싶었죠. 그렇듯 단순하면서 순수했던 한 청년이 자전거에 반하면서 몰입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감정을 계속 수정해 나갔습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엄복동이 쟁쟁한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경주를 하는 장면이다. 선수 못지 않은 실력으로 자전거 장면을 직접 소화한 정지훈은 자전거는 한동안 보기 싫을 정도로 강도높은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국가대표 코치님과 함께 자전거 훈련을 했어요. 3개월 반 정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고통스러운 기억밖에 없을 정도로 무리해서 연습을 했죠. 종아리가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자전거를 타다보니 병원도 자주 갔어요. 영화 촬영 후 자전거는 아예 안 타고 있어요. 두 바퀴로 구르는 건 당분간 사양하고 싶네요(웃음).”

당분간 연기 활동에 매진하고 싶다는 정지훈이 들려준 목표는 단단한 목소리만큼 다부졌다.
“단 한 컷을 나와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독립영화에도 출연하고 싶어서 접촉 중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다들 ‘지훈씨가 왜요?’라는 반응이에요. 그러면 저는 ‘일단 기회를 달라’고 하죠. 작은 역할이라도 5분짜리 단편 영화나 휴대폰으로 찍는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어요. 천천히 많은 걸 해보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물론 가수 비라는 이름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특히 그는 제작자로서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몸이 예전 같지는 않아요. 춤을 추려면 몸의 전성기가 필요한데 그 전성기는 지나가니까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댄수 가수라는 타이틀은 내려놔야겠죠. 지금은 연말에 앨범을 내기 위해서 젊은 프로듀서와 준비 중입니다. 또 음악 잘 하는 친구들을 찾아서 지원하는 작업도 계속될 겁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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