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 ‘그날의 분위기’ 주연 문채원

장거리 기차 여행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웬 낯선 남자가 말을 건넨다.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 14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그날의 분위기’의 여주인공 수정(문채원)은 “저,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하고 정색한다.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 놓인 수정의 직장 후배 홍 대리(김슬기)는 불같이 화를 내며 상대 빰을 후려친다. “이게 죽을래?”

이제 30대에 접어든 문채원은 3월 방송 예정인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통해 2년 반 만에 안방극장 복귀도 앞두고 있다. 드라마를 위해 처음으로 긴 머리를 짧게 잘랐다.<br><br>영화사 하늘 제공<br>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영화를 보면 출연 배우들의 실제 연애관 등이 궁금해지기 마련. 영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 이런 경우와 맞닥뜨렸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물었더니 문채원(30)은 “홍 대리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은 데 실제로는 소심하게 못 들은 척, 안 듣는 척할 것 같다”며 방긋 웃는다.

누구나 한 번쯤 여행길에서의 로맨스를 꿈꿔 본 적이 있지 않을까. ‘그날의 분위기’는 이 지점을 공략하는 영화다. 그런데 출발이 상당히 불온하다. 온갖 달콤한 언사로 밀고 당겨도 모자랄 판에 남자는 대뜸 ‘너랑 자고 말겠다’는 식으로 시작한다. 현실이라면 불쾌함, 그 이상을 주는 장면이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지만 문채원과 유연석이 보여주는 착한 매력과 달달한 호흡이 관객 시선을 붙들어 놓는다.

그런데 문채원은 그동안 만난 캐릭터 중 이번이 가장 평범해 연기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수정은 오래된 연인의 무심한 태도에 실망을 느끼면서도 한눈팔지 않으려고 애쓰는 소심하고 순진한 커리어우먼이다. 지난해 이승기와 호흡을 맞췄던 ‘오늘의 연애’에서 입이 거칠고, 술도 잘 먹고 주사도 한껏 부렸던 현우가 오히려 더 쉬웠다고.

“전작과는 성격이 달라 부담이 없을 것으로 여겼는데 평범하고 정적인 캐릭터가 쉽지는 않더라구요.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캐릭터의 매력을 관객에게 더 어필해야 하는 데 포인트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죠.”

그러고 보니 연달아 로맨틱 코미디 출연이다. 언젠가 이 장르는 즐겨 보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던 그다.

“다양한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제게 들어오는 작품의 폭이 넓지 않았어요. 제 연기가 자연스럽게 전달되기에는 선 굵은 작품은 아직 부족하고, 로맨틱 코미디 등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했죠.”

누구나 그렇듯 브레이크가 밟히지 않는 첫사랑도 해 보고, 잘 맞을 줄 알았지만 예상이 빗나가거나 그 반대의 경험도 해 봤다는 문채원은 연애를 하면 할수록 점점 이성적으로 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으론,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젖어들다가 한 번에 훅 빠져드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날의 분위기’는 하룻밤 로맨스가 소재이지만 착하고 서정적으로 풀어냈다는 게 매력이죠. 그동안 센 영화가 많았는 데 과잉됐던 것을 풀어주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하룻밤 로맨스가 실제 가능하겠느냐구요? 그날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어요? 앞으로 매일 매일의 사랑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면 가능하겠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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