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에서 보이듯 중장년층이 영화 시장의 중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극장가에서 이들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새해 첫 ‘천만 영화’가 된 ‘국제시장’이 영화 전반에 걸쳐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60여 년의 세월을 다루고 있다면 이후 선보이는 ‘쎄시봉’, ‘허삼관’, ‘강남 1970’ 등은 특정 시대에 집중해 당시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담아 냈다.

MBC ‘무한도전’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가 S.E.S, 터보, 지누션, 김건모 등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대거 불러모으며 90년대 가요가 다시 인기를 끄는 가운데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쎄시봉’은 시간을 조금 더 앞당겼다.

영화는 1960∼1970년대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을 배출한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전설의 듀엣 ‘트윈폴리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의 ‘뮤즈’를 둘러싼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정우와 김윤석이 ‘제3의 멤버’ 오근태를 맡았고, 강하늘(윤형주)·진구(이장희)·김인권(조영남)·조복래(송창식) 등이 실재 인물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트윈폴리오의 데뷔곡인 ‘하얀 손수건’,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조영남의 데뷔곡인 ‘딜라일라’,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당시 명곡이 대거 등장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광식이 동생 광태’(2005) 등을 연출했던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0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등이 추억의 포크 음악과 입담을 선보인 것을 계기로 생겨났던 ‘쎄시봉’ 열풍이 영화를 계기로 다시 한번 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쎄시봉’에 앞서 오는 21일 개봉하는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 1970’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민호의 첫 스크린 주연작인 ‘강남 1970’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1970년대 강남을 그린 작품.

지금은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찼지만 한때는 미나리꽝이었던 강남 지역이 대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정치권의 은밀한 계획에 따라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직전의 모습을 담았다.

먹고살 게 없어 넝마를 주워 팔고 공장에서 온종일 미싱질을 해도 일당 50원을 겨우 받던 시절,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 한 칸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두 청춘의 피 끓는 욕망을 통해 폭력성을 지닌 당시 시대상을 민낯 그대로 드러낸다.

혜은이의 ‘제3한강교’, 필리핀 노래 ‘아낙’(Anak) 등의 배경 음악이 엄혹한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다.

하정우가 감독·주연을 맡은 ‘허삼관’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 원작 소설 ‘허삼관 매혈기’의 이야기 구조를 한국의 1950∼1960년대로 가져왔다.

영화는 마을의 절세 미녀 옥란(하지원)과 결혼해 아들 셋을 낳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던 허삼관(하정우)이 11년간 남의 자식을 키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국제시장’이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일대기를 담는 과정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가볍게 다루거나 배제해 일각에서 과거사에 대한 미화라는 지적까지 나온 반면 ‘허삼관’은 “정치적·사회적 이슈가 없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드라마에 집중하고자 했다.

한국 전쟁 직후 미국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당시를 놓고 하정우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당시 사진을 봤는데 미국과 한국의 것이 혼합된 의상, 거리 풍경 등이 영화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한 바 있다.

덕분에 영화 속 배경은 당시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청록색, 주황색, 에메랄드색 등의 색감을 통해 동화 같은 느낌도 준다.

최근 CGV리서치센터에서 작년 한 해 CGV를 찾은 관객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45∼49세 관객은 전년대비 30% 증가했고, 50∼59세는 35.4%, 60대 이상은 40.2% 늘어났다.

CGV가 시니어 고객을 위한 ‘꽃보다 노블레스’ 토크 콘서트, 중장년층만을 위한 별도의 시사회를 개최하는 등 중장년층 관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늘고 있다.

CGV 홍보팀 김대희 과장은 “이전에는 문화 소비층이 20대였다면 지금은 30∼40대가 주도하고 있다”며 “30∼40대를 중심으로 많은 문화 콘텐츠가 생산되는 가운데 50대 이상은 향수를, 10대는 호기심을 갖고 문화를 소비하다보니 하나의 복고 트렌드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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