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자신감은 배우들도 더불어 확인해 줬다.
이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캣 우먼 역을 맡아 놀런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여배우 해서웨이는 “그가 함께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대본도 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면서 “그는 매우 독특하다. 배우들의 질문이 있을 때 매우 친절하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코너헤이 역시 “놀런 감독과 작업하고 싶었다. 그의 영화 한편, 한편이 내가 그동안 출연한 영화를 모두 모은 것보다 성공적”이라고 감독에 대한 경의를 나타냈다.
놀런 감독은 영화의 스포일러에 매우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의 쿠퍼(매코너헤이)와 아멜리아(해서웨이)의 감정 기류 변화 등 스포일러와 관련된 질문이 있을 때마다 단호하게 “말할 수 없다”고만 대답했다. 대신 영화를 만들었던 속내에 대해서는 상세히 이야기를 풀어 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오마주(존경심)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무의식적으로도 여러 가지 오마주를 담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 속 로봇 디자인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로봇 모놀리스처럼 군더더기 없이, 최대한 간단한 모습으로 고도의 지능을 갖고 있는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우주에 대한 얘기는 의도적이었다”면서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가 어디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놀런 감독은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철학적인 영화를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기억과 무의식의 세계에 천착하는, 할리우드에서 요즘 가장 ‘핫’한 감독으로 꼽힌다. 단기 기억 상실증으로 10분밖에 기억력을 지속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룬 ‘메멘토’(2000)로 시선을 끈 그는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를 거쳐 상대방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친다는 기발한 착상을 그린 ‘인셉션’(2010) 등으로 국내 마니아 팬층을 확보했다.
감독은 디지털 대신 35㎜ 필름을 고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35㎜와 아이맥스 필름으로 만들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지와 해상도가 디지털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대체할 더 좋은 수단이 나오지 않는 한 아마도 35㎜를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