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좋아하는 아델과 미술을 전공하는 엠마는 예술적 감수성을 공유하면서 가까워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계가 깊어질수록 서로 다른 이상으로 인해 멀어진다. 그 균열의 출발점에는 사회적 계급의 차이라는 고전적이고도 고질적인 테제가 있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아델은 계획했던 대로 유치원 교사가 되는데, 그녀에게는 이제 엠마를 온전히 소유하는 것 외에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다. 반면 엠마는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한 엘리트이자 더 높은 이상을 꿈꾸는 아티스트다. 엠마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된 아델은 동물적 본능으로 그 공허감을 채워 나가고, 엠마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에 이른다. 이별이 남긴 생채기의 혹독한 쓰라림 속에 근근이 일상을 살아 내는 아델에 대한 묘사는 이 영화의 백미다. 천 번의 속죄와 한 말의 눈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연인의 마음, 그 후회와 야속함이 지휘하는 느린 시간 속에 아델은 조금씩 성장한다.
‘생선 쿠스쿠스’(2007), ‘블랙 비너스’(2010) 등으로 이미 유수의 영화제를 석권한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클로즈업과 핸드헬드, 그리고 미장센을 지배하는 푸른 빛깔을 통해 두 여성의 복잡 미묘한 심리와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엠마의 머리칼과 눈동자 색이기도 한 ‘블루’는 아델과의 교감을 의미하는 따뜻한 색이며, 후반부에서 아델이 경험하는 이별의 ‘블루(우울함)’는 관객의 가슴을 뜨끈하게 만든다. 통념을 뒤집는 따뜻한 ‘블루’의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다. 청소년 관람 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