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예능, 스타 MC 주춤하자 육아·공동생활 등 비슷한 소재로 인해전술

육아예능, 군대예능, 합숙예능….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이른바 ‘떼거리 예능’이 TV를 점령했다.

연예인들이 자식을 데리고 나오고 가족을 보여준다. ‘부부체험’에 이어 ‘가족체험’이 펼쳐지고, 군대체험도 같이 한다.

이 과정에서 뚜렷한 ‘리더’는 없다. 각각의 소그룹이, 혹은 연예인 한명 한명이 나란히 수평적으로 배치돼 저마다 균등한 몫을 한다. 누군가의 스타성에 기댄 수직적 배치 대신,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여러 출연진을 내세워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스타 부재에 따른 고육책인가, 자연스러운 트렌드인가.

◇ ‘유재석-강호동 체제’에 균열…스타 MC 주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유재석-강호동의 2인 독주 체제가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신동엽, 남희석, 이경규, 김용만, 이휘재, 김제동, 탁재훈 등으로 분산됐던 시청자의 사랑이 이때를 기점으로 강호동과 유재석에게로 몰아졌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 간판 예능 프로그램은 이 두 MC가 양분했으며, 둘을 꼭대기에 올리고 그 아래로 보조 MC들을 배치하는 수직적 캐스팅 구도가 6~7년간 굳건히 이어졌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대체하는 후발주자는 나오지 않았고, 방송사들도 이 둘에 안주하며 후발주자 육성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난공불락으로만 보이던 이들의 2인 독주 체제는 2011년 9월 강호동이 세금 과소 납부 논란에 휘말려 잠정 은퇴를 선언하면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강호동의 난데없는 부재를 경험하며 당황했던 방송가는 2012년 11월 그가 복귀한 후 또다시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다. 복귀 후 1년 반이 흐른 지금까지 강호동이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기간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것도 아니다.

유재석은 여전히 ‘무한도전’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해피투게더3’ 등 방송 3사 간판 예능프로그램을 굳건히 지키며 이름값을 하고 있고, 그 뒤에서 신동엽과 이경규가 케이블도 넘나들며 다작을 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대표 MC 한 사람의 영향력에 기대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예전 같지 못하면서 ‘무한도전’이 재미반 진담반으로 차세대 리더를 뽑는다며 ‘선택2014’를 전개하고 있는 것은 유재석에게도 ‘위기’가 올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특히 유재석-강호동의 경쟁 체제에서는 둘의 라이벌 체제가 주는 긴장감이 이들의 인기에 한몫을 하기도 했는데 팽팽하던 힘의 균형에 균열이 일면서 둘의 경쟁을 바라보는 재미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 아이들의 ‘각본없는 예능’ 부상’떼거리’ 힘 모은 인해전술 이어져

이러한 스타 부재 시대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육아 예능’이다.

MBC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유아·어린이의 ‘각본없는 예능’이 TV를 점령한 것.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유명인의 자녀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모습과 천진난만함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

SBS ‘붕어빵’으로 대표되는 연예인 부모와 자녀의 토크쇼가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그 후속으로 등장한 ‘육아 예능’은 스튜디오를 벗어난 연예인 가족의 육아와 생활상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이 방송한 날 인터넷은 어김없이 그날 방송에 등장했던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에피소드로 도배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광고에도 잇달아 출연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옷과 장난감 등 협찬품이 쇄도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결혼체험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이어 군대체험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자리를 잡았고, MBC ‘사남일녀’에 이어 올리브 ‘셰어하우스’와 SBS ‘일요일이좋다-룸메이트’ 등 연예인들의 공동생활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상 체험’이라는 테마 하에 여러 명의 연예인을 한꺼번에 출연시켜 리스크를 줄이면서 ‘비교적 사실적인’ 재미를 주겠다는 취지의 프로그램들이다.

SBS 하승보 예능국장은 “최근에는 여러명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특정한 MC의 힘에 기댈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 국장은 “유재석, 강호동을 잇는 후발주자가 등장하지 않기도 했지만 최근의 흐름은 굳이 스타 MC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예능 프로그램도 트렌드가 계속 바뀌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대중문화는 결국 흐름이고 그 물결은 돌고 도는 것”이라며 “유재석, 강호동 등이 배터리가 다 된 게 아니다. 그들은 더 노련하게 잘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대중이 익숙한 그들보다는 색다른 출연자들의 예측불허 새로운 모습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 교수는 “아이들, 혹은 기존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주는 낯선 모습이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것인데 그 또한 시간이 지나 다른 물결이 일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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