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진희씨는 삶의 의지마저 함께 놓아버렸다. 몸도 마음도 아픈 엄마를 가장 먼저 끌어안은 것은 바로 세 딸이었다. 딸들은 엄마를 위해 일찍 철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한국 무용 유망주로 꼽혔던 첫째 리나는 아빠를 웃게 해주기 위해 무용을 시작했다. 이제 리나에게 무용은 가족을 일으키기 위한 목표가 됐다. 둘째 유나는 집안일을 돕는 든든한 살림꾼이 됐고, 막내 예나는 남사당패의 단원으로 장학금까지 받는 똑소리 나는 아이다. 형편상 첫째 리나가 무용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두 동생은 자신의 용돈을 보탠다. 이렇게 똘똘 뭉친 자매는 엄마를 ‘엄마’로 만들어주는 보물이다.
진희씨가 강한 엄마로 거듭나게 된 뒤에는 유나의 친구 어머니인 염정미(44)씨도 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나약하기만 했던 진희씨에게 정미씨는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인 동시에 용기를 키워주는 조련사였다. 여성스러운 진희씨와 반대로 정미씨는 털털하고 씩씩하다. 장사 선배로서 진희씨를 도우며 함께 전국을 돌며 재활용 옷을 공수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진희씨를 위해 트럭 노점에 직접 비닐 천막을 둘러주기도 한다. 엄마 없이 홀로 남아 있는 아이들을 위해 등교와 살림을 챙겨주기도 하는 정미씨는 진희씨의 오늘을 있게 만든 최고의 조력자다. 기특한 세 딸과 든든한 정미씨, 그리고 세상의 따뜻한 도움으로 진희씨는 기나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