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개편 맞물려 다음달 말부터 매주 5회 무료공연 2회로 줄여

EBS의 대표 음악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의 축소 개편이 결정됐다. EBS가 제작비 절감을 위해 ‘공감’이 매주 5회 해 오던 무료 공연 횟수를 줄이고 제작 PD 인원도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EBS 노조와 음악인들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다양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공감’은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2004년 4월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본사의 공연장 ‘스페이스’에서 무료 라이브 공연을 열고, 공연 실황을 매주 목요일 밤 12시 10분에 2회 연속 방영해 왔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뮤지션들과 인디 뮤지션들이 골고루 무대에 올라 팝과 록,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를 통해 장기하, 국카스텐, 데이브레이크 등 ‘숨은 진주’를 찾아내기도 했다.

아이돌 일색인 지상파 음악방송들 틈에서 음악의 다양성을 지켜온 ‘보루’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EBS 사측은 ‘공감’의 제작비 감축을 결정했다. 편성위원회가 2014년 편성개편안을 의결하고 신용섭 사장의 결재를 받는 과정에서 제작비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수정 결재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감’의 제작PD는 3명에서 2명으로 감축됐고, 주 5회 열리던 무료 공연을 주 2회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봄 개편이 이뤄지는 2월 말부터 시행된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도, 고민도 없이 사장이 독자적이고 즉흥적으로 뜯어고쳤다”고 비판했다.

음악인들과 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작곡가 김형석은 트위터를 통해 “K팝의 미래는 다양한 음악의 공존인데,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는 무대가 부족한 현실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룹 스윗소로우 멤버 김영우는 “‘공감’은 축소가 아닌 오히려 더 확장돼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는 ‘공감’의 축소 개편을 반대하는 서명운동 페이지가 개설됐고 시청자들은 ‘공감’ 공식홈페이지의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항의하고 있다.

EBS 관계자는 “전체적인 예산 운용의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작비가 감축됐다”면서 “‘공감’은 EBS의 한 프로그램으로, 회사 전반적으로 예산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료공연은 2회로 줄지만 방송은 지금과 똑같이 2회 연속으로 방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감’의 한 제작진은 “지금까지 누적 관객 34만명에게 무료 공연을 열어오면서 다양한 가수와 음악을 소개해 왔다”면서 “예산과 공연 횟수의 감축은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프로그램의 상징성과 가치마저 흔들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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