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경 14년 만에 안방 복귀

MBC ‘가화만사성’ 희생적 안주인役
“김수현 작가 동시간 경쟁, 기분 묘해”


“오랜만에 TV 모니터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이렇게 늙었나 싶어서 깜짝 놀랐어요. 거울을 안 보면 자기 실체를 모르고 예전 모습만 생각하게 되잖아요. 처음엔 조금 슬프고 우울했는데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주름이 그동안 아이들 키운 세월에 대한 보답이니까요.”

1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배우 원미경이 24일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br><br>강영조 선임기자 kanjo@sportsseoul.com<br>
14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하는 배우 원미경(56)은 상기된 표정으로 복귀 소감을 전했다. 24일 인천 하버 파크호텔에서 열린 MBC 새 주말 드라마 ‘가화만사성’ 제작 발표회에서 만난 원미경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막내는 제가 연기한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엄마도 연기자로서 날개를 달고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용기를 줬어요. 남편도 젊었을 때는 일과 아이들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우리 둘의 삶을 중시하자며 격려를 많이 해줬어요.”

‘엄마’ 후속으로 오는 27일 밤 8시 45분에 첫 방송되는 ‘가화만사성’은 중국집 배달부로 시작해 차이나타운 최대 중식당을 연 봉삼봉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원미경은 중식당 ‘가화만사성’의 안주인 배숙녀 역을 맡아 가정의 ‘절대군주’ 봉삼봉(김영철)의 말 한마디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특기가 ‘참기’인 희생의 아이콘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같은 시간대 SBS에서 방영되는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김수현 원작의 영화 ‘청춘의 덫’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원미경은 드라마 ‘산다는 것은’ 등 김 작가의 작품에 다수 출연했다. 최근 김 작가와 통화를 했다는 원미경은 “같은 시간대에 경쟁작으로 만난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고 긴장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다. 서로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촬영 때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모니터하느라 순서를 잊어버리기도 했다는 그는 “밀린 숙제를 하듯이 요즘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분위기를 익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거의 안 봤어요. 한번 보고 나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듯이 며칠을 그 이야기만 하니까 일부러 피했죠. 최근에 남편과 영화 ‘암살’을 함께 보고서도 그랬구요. 오랜만의 연기가 어색하기도 하고 세월이 그냥 간 것이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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