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노파심이었겠지만, 그래도 연기를 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조곤조곤 말하던 배우 박해진(33)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치인트)의 여주인공 미스 캐스팅 논란이 박해진에게도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인트’는 여주인공 홍설 역에 캐스팅된 배우 김고은(25)의 싱크로율 논란으로 방영 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박해진은 “김고은은 홍설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생각을 또렷이 밝히는 박해진은 ‘유정 선배’ 그 자체였다.

◇ “김고은에게서 연기한다는 느낌 못 받아”

“웹툰 캐릭터와 무조건 외모가 닮은 게 싱크로율은 아니잖아요. 싱크로율은 연기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김고은이 홍설을 연기하는 모습을 사실 본 적도 없었잖아요.”

박해진은 논란이 가열될수록 김고은의 홍설이 어떨지 더 궁금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촬영장에서 처음 정식으로 대면한 김고은에게서 그는 여대생 홍설만을 발견했다.

“한 번도 ‘고은 씨’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요. 늘 ‘설아’ 라고 불러요. 그만큼 현장에서 만난 설이는 설이 그 자체였어요.”

인터뷰 내내 김고은을 ‘설이’로 칭한 박해진은 “설이를 보면서 이 친구가 연기를 한다거나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것이 이 친구의 유연함 덕분인지, 캐릭터에 대한 정확한 분석 덕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면 이 친구는 과소평가된 배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 ‘부산사나이’의 돌직구…“누가 ‘우리 사귀자’고 말하고 사귀나요?”

김고은의 홍설은 표준적인 미인은 아니다. 그렇다고 남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영리한 여우도 아니다.

극 중 후배 권은택(남주혁 분)이 물었던 것처럼 완벽한 유정이 어떻게 홍설에게 빠져들었는지 궁금했다.

박해진은 “처음에 유정이 홍설에게 다가간 것은 호기심 때문”이라면서 “유정과 설 모두 예민한 동물이라, 둘 다 처음 보자마자 상대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점을 간파했다”고 설명했다.

“유정은 장난감을 갖고 놀듯이 홍설을 툭툭 건드렸다가 흥미를 느껴요. 그러면서 홍설이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에게 목적을 갖고 접근하지 않길 바라죠. 다른 사람과 같다고 잠깐 오해했다가 그걸 풀면서 (사랑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인 것 같아요.”

드라마는 웹툰과 달리 빠른 속도로 둘의 연애를 전개했다. 특히 3회에서 홍설을 집에 데려다 주던 유정이 “설아, 우리 사귈래?”라고 말하는 장면에 많은 시청자가 잠을 설쳤다.

“3회를 가장 먼저 찍었는데 설이를 몇 번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귀자고 말하는 게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대사 자체가 실로 어색하잖아요. 전 단 한 번도 사귀자고 말한 적이 없어요. 누가 ‘우리 사귀자’고 말을 하고 사귀나요? 그냥 사귀는 거죠.”

‘부산 사나이’ 박해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 “연애할 때는 ‘갭’이 덜한 유정…지금은 솔로”

박해진은 과거 한 종합편성채널 연예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김고은을 이상형으로 꼽은 바 있다. 그 때문에 ‘치인트’ 캐스팅은 더 화제가 됐다.

박해진은 “이상형은 걸면 거는대로 타이틀”이라면서 웃더니 “김고은을 우연히 미용실에서 봤을 때 깨끗한 느낌이 좋았는데 지금도 그 느낌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박해진과 김고은이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이윤정 PD의 제작발표회 발언을 상기하면서 ‘둘이 사귈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박해진은 “어떤 가능성을 말하는 거냐”면서 웃음으로 넘겼다.

박해진은 이어 “저는 (연인에게) 달달할 때와 차가울 때의 갭(격차)가 조금 덜한 유정 같다”면서 “연애를 시작하면 깊게 하는 편인데 지금은 공교롭게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인트’는 남녀 사랑만 다루지 않는다. 한때 가족처럼 지냈으나 이제는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가 된 유정과 인호(서강준 분)의 ‘브로맨스’(남자의 우정)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박해진은 “서강준과의 호흡도 정말 좋다”면서 “촬영하면서 인호를 보면 실제로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인호 눈동자가 정말 예쁘잖아요. 그 눈에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매력이 있어요. 그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저를 쳐다보면 정말 리액션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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