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동생役, 9개월만에 영화 ‘패션왕’ 주연 꿰찬 안재현

뽀얀 피부에 부러질 듯한 마른 몸매. 철없는 20대인 줄만 알았더니 말 한마디에도 진중함이 실려 있다. 모델 출신 배우 안재현(27).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의 동생 천윤재 역으로 출연했을 때만 해도 불과 9개월 뒤 영화 주연까지 꿰찰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 자신도 마찬가지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다”면서 인터뷰의 운을 뗐다.

안재현
“처음부터 배우의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어려울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죠.”

‘별그대’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별그대’의 장태유 감독은 한 대형서점이 발행하는 잡지에 평소 책을 즐겨 읽는다는 안재현의 인터뷰를 보고 진지한 면모에 끌려 그를 전격 발탁했다. 이후에 주가를 올린 그는 이승기, 차승원 등과 함께 SBS 수목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이어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패션왕’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패션왕’ 10대들의 성장 영화… “패션 모델 출신인 만큼 애착”

‘패션왕’은 패션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영화다. 극중에서 그는 돈, 외모는 물론 성적까지 완벽한 고교생 ‘황태자’ 김원호 역할을 맡았다. 촌스럽고 어리바리했던 전학생 우기명(주원)이 점차 학내에서 주목받으면서 원호와 기명의 대결구도는 팽팽해진다.

“저도 고등학교 때 패션에 눈을 떴고 헤어젤 대신 머리에 물을 묻혀보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교복을 입고 다닌 평범한 학생이었지요. 따지자면 영화 속 기명의 모습에 더 가까웠죠.”

모델 출신인 만큼 그는 어느 영화보다 이 작품에 애착이 컸다. 자신의 옷장을 통째로 털어가서 영화 속 의상의 절반을 거기서 골랐을 정도다.

“모델 활동을 열심히 하던 시기에 원작 웹툰을 봤는데, 코믹하고 과장된 점이 오히려 익살스러웠어요. 모델 출신이라서 특별히 쉬운 장면은 없었어요. 환경, 스태프, 조명이 다 달랐으니까요.”

그는 평소에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셔츠를 즐겨 입고 편한 옷을 잘 입지 않는다. 신인 모델 시절 언제 어디서 오디션 기회가 생길지 몰라 준비하던 습관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모난 데 없고 무난한 편… 정장부터 빈티지까지 ‘다양한 연기’ 준비해야겠죠”

자립심이 강한 그의 꿈은 원래 소박했다. “빨리 가장이 되고 멋진 아빠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인생 행로가 바뀐 것은 스물한살 때. 뜻밖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모델이 되겠다고 결심하고는 다니던 대학도 자퇴했다. “모델 아카데미를 찾아갔는데 처음엔 외모가 별로라면서 시큰둥해하더라고요. 모델의 수명은 5년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최고의 모델이 되고 싶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죠. 그러다가 2009년 아시아모델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더니 일거리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모델인 그가 생각하는 옷 잘입는 비결은 “때와 장소에 맞게 입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자신의 체형과 비슷한 연예인의 코디법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다고 귀띔한다. 최근엔 중국에서 영화, 예능 출연도 잦아 한류스타 대접을 받고 있지만 그의 목표는 ‘기본에 충실한 배우’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모난 데 없고 무난한 것이 제 매력이에요. 제 연기를 옷장의 옷으로 비유하자면, 글쎄요. 정장부터 빈티지까지 없는 것 없이 다양하게 준비해 놔야겠죠.”

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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