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미니앨범 발표

오른쪽부터 정지찬, 박원. <br>연합뉴스
”이번 앨범은 특히 힘을 빼고 만들었어요. 힘을 빼야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듣는 분들도 편한 마음으로 들으면 노래가 더 잘 들리지 않을까요.”(정지찬)

그들과 만남은 내내 담백했지만 점점 짙은 향기가 느껴졌다. 앨범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고자 케이스 재료까지 고심해 결정했다는 듀오답게 음악과 삶, 그리고 주변에 대한 사려깊은 태도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두 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한 남성 듀오 ‘원모어찬스’(정지찬·박원)를 최근 종로에서 만났다.

’원모어찬스’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정지찬(8회)과 박원(19회)이 2010년 결성한 그룹이다. 그해 싱글 ‘시간을 거슬러’를 시작으로 미니앨범 ‘널 생각해’(2010), 정규 1집 ‘눈을 감으면’(2012) 등을 발표하며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짙은 감성으로 호평받았다.

정지찬은 새 앨범에 대해 “특별한 어떤 목표점을 두고 만들지는 않았다. 살아가면서 때때로 마음에 들어오는 것들을 모아두었다가 그중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골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1번 트랙 ‘폴 인 러브’가 상징적인 곡이에요. 자연이나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죠. 두 연인 사이의 사랑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과의 큰 사랑을 노래하고 싶었어요.”(정지찬)

전체 여섯곡 가운데 5번의 ‘걸어간다’가 눈에 띈다. 박원의 작품인 이 곡은 수록곡 가운데 유일하게 슬픈 이별의 정조를 담고 있다.

”4~5년 전 대학교 다니던 시절 쓴 곡이에요. 공연에서 이벤트 성격의 곡으로 불렀는데 형이 좋다고 해주셔서 앨범에도 싣게 됐어요. 자주 곡을 쓰고 형에게 들려드리기도 했었는데 작업을 해보니 막상 곡을 완성해서 앨범에 넣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웃음)”(박원)

’원모어찬스’ 결성 당시 정지찬은 이미 이승환, 이소라, 김연우 등 쟁쟁한 가수와 작업한 15년차 베테랑 뮤지션이었다. 그에 비해 박원은 같은 대상 수상자이긴 했으나 신예. 조화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지찬은 “결성 초기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한 곡 녹음하는데 200~300번씩 불렀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원이가 혼자 한강에 가서 소리도 지른 것으로 안다(웃음)”라고 과거를 돌아봤다.

이에 대해 박원은 “지금도 소리는 지르지만 이유는 다르다. 그때는 ‘내게 왜 이러는 거야’였다면 지금은 ‘내가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소리를 지른다”라고 달라진 지점을 짚었다.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는 와중에도 선배가 후배 칭찬을 잊지 않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불화없이 팀이 잘 꾸려져온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노련미와 가능성의 따뜻한 조화라고나 할까.

”원이에게 어떤 에너지를 봤어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대단한 몰입도로 노래하더라고요. 계속 발전하는 단계인데, 이번 앨범에 대해 원이의 보컬이 풍성해졌다는 평가가 많아 기쁩니다. 앞으로는 제가 원이에게 묻어가게 되겠죠.(웃음)”

MBC ‘나는 가수다’의 음악 감독으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던 정지찬은 지난 4월에는 TV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비주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TV와 꽤나 가깝다.

”방송에서 이야기는 것도 창조 활동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윤종신 씨가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정의하면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도, 방송 출연도 결국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함이다’라고 말했었는데,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정지찬)

18개월 만에 선보이는 앨범인 만큼 조금 긴장할만도 한데 두 남자는 예상보다 느긋한 표정이다. 자신들의 곡이 빠르게 소비되기보다 ‘스테디셀러’로 남기를 더 바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 앨범이 그냥 ‘뭐 들을까’ 고민할 때 생각나는 앨범이면 좋겠어요. 어딘가 여행을 갈때든 집에서 청소를 할때든 부담없이 떠올려서 듣는 음악이요. 나아가 그런 음악을 계속 해나가는 듀오가 되고 싶습니다.”(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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