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수사받은 여성 연예인과 병원장 등 사건 관계인들과 부당 접촉하고 관련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춘천지검 전모(37) 검사에 대해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전 검사를 지난 12일에 이어 이날 오전 두 번째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으며 소환 직후인 오전 10시 58분 체포했다. 앞서 검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다.

전 검사는 변호사법 위반 및 형법상 공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 검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날 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전 검사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6일 오후쯤 열릴 전망이다.

● 검사와 女연예인 사이에 무슨 일 있었나

전 검사는 자신이 구속기소했던 에이미(32·본명 이윤지)로부터 지난해 초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수술을 한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최모(43) 병원장을 만나 재수술과 치료비 환불 등을 강요한 의혹과 최 원장이 연루된 내사 사건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의혹 등으로 감찰 및 수사를 받아왔다.

대검은 전 검사를 상대로 사건 경위와 관계인들을 만난 과정, 위법·부당 행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전 검사가 에이미에 대한 재수술 및 치료비 환불 등 과정에서 검사의 신분을 활용, 최 원장을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 검사는 최 원장에게 ‘압수수색 등 수사를 받거나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검사는 직접 해당 병원을 찾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에이미는 700만원 상당의 재수술을 무료로 받고 기존 수술비와 부작용에 따른 추가 치료비 등 1500만원 가량을 변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비 등은 전 검사가 받아 이씨 측에 전달했다.

공갈죄는 상대방에게 일정한 해악을 고지해 현실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할 때 성립하며, 본인 또는 제3자가 공갈을 당한 사람에게서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때 적용된다.

전 검사와 에이미는 프로포폴 사건 이후 자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검은 조사과정에서 전 검사는 이씨에게 1500만원 외에도 거액의 금품을 보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검사와 에이미가 미혼인 데다가 거액의 금전적 도움이 오갔던 점을 미뤄볼 때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검사 “사정이 딱했을 뿐”…에이미 “성적인 관계 아니다”

그러나 전 검사는 “사정이 딱해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씨가 주변에 기댈 사람이 없다고 해서 선의로 도우려 한 것 뿐”이라면서 “억울하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에이미 역시 “전 검사로부터 법적인 조언을 듣는 등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지냈을 뿐 성적인 관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전 검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최 원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내사 대상에 올라와 있었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검찰은 최 원장이 수술비 변상 등을 빌미로 전 검사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건 무마 청탁을 하고 수사 정보 등을 얻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검사는 최 원장의 청탁에 ‘잘 알겠다’는 취지의 답변도 일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최 원장의 지인이 “프로포폴을 주사해 놓고 성폭행을 했다”면서 최 원장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처음 알려지게 됐다. 경찰이 최 원장의 휴대전화 내역을 조사하면서 최 원장과 전 검사 사이에 수상한 문자가 오고 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검 감찰본부가 본격 내사에 착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최 원장은 지난해 8월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성형외과 수술 안정실에서 여성 B씨(37)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해 잠들게 한 뒤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女피의자 성추문 이어 1년만에 현직 검사 수사 나서

대검은 전 검사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분석하는 한편 금융거래 계좌추적 등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최 원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한 차례 조사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초 서울중앙지검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협조를 받아 프로포폴 상습투약 병원에 대해 내사·수사할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 검사와 병원장 사이에 사건 무마나 선처 청탁, 편의 제공 등이 있었는지, 전 검사가 동료 검사들의 수사 상황을 알아보거나 연락을 취한 게 있는지 등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법상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사무에 관해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제3자가 공여하도록 할 수 없으며, 재판·수사에 종사하는 사람은 직무상 관련이 있는 사건에 관해 당사자나 관계인을 변호사 등에게 소개·알선할 수 없다.

수사 경과에 따라서는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검 감찰본부가 현직 검사의 비위와 관련해 수사에 나선 것은 2012년 말 이후 1년여 만이다.

대검은 2012년 11월 여성 피의자와 성추문을 저지른 서울동부지검 실무수습 전모 검사 및 같은해 12월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매형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에 소개한 서울중앙지검 박모 검사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다 수사로 전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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