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방송사, 거대 기획사로 군림하는 처사” 방송사 “콘텐츠 다각화 차원”

MBC TV ‘무한도전’의 음원 열풍을 계기로 가요계와 방송사의 해묵은 갈등이 터져나왔다.

이 같은 대립은 MBC 계열사인 imbc가 최근 발매한 ‘무한도전’ 음원들이 각종 차트 1위를 휩쓸자 가요계가 방송사의 음원 사업을 비난하며 촉발됐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특유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제공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방송사가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 식 경영과 다르지 않다”며 “미디어 그룹이 음원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경우 이들의 자본과 영향력에 기존 음반 제작자들이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BC 원만식 예능본부장은 17일 “음원 출시는 수익을 위한 목적이 아닌 프로그램의 일부로 한 것이며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다양화 하는 최근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가요계는 “’무한도전’ 음원이 여느 가수의 신곡보다 인기를 끌고 가수가 아닌 예능인들이 음원을 발표한 점을 문제삼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작곡가 김형석도 자신의 트위터에 “공중파 황금시간대에 방송국에서 자체 제작한 음원을 대놓고 홍보하는 콘셉트가 문제”라고 지적한 뒤 “연예인이 장르를 넘나드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걸 선호하는 대중도 문제가 없다. 단지 공영방송인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다”는 글을 올렸다.

쟁점은 대부분의 방송사가 몇 년 전부터 자사 프로그램에서 홍보한 음원을 자체 생산하며 음원 사업에 나서고 K팝 그룹들을 싼값에 동원해 한류 공연 장사에 나서는 등 음반기획사들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는 것.

실제 KBS는 ‘불후의 명곡’, MBC는 ‘무한도전’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SBS는 ‘K팝 스타’, 엠넷은 ‘슈퍼스타 K’ ‘보이스 코리아’ 등 각종 프로그램의 음원을 출시해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또 지상파 방송사 3사 모두 매년 서너 차례 K팝 그룹들을 동원해 아시아, 미국, 남미 등지로 고가의 티켓을 파는 한류 공연에 나섰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전파에 기대는 기획사 입장에서 방송사의 힘에 맞서 문제 제기를 하기 힘들었다”며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노출된 이벤트성 음원이 차트 줄세우기를 하고 방송사가 10-20여개 팀을 싼값에 모아 한류 공연을 하는 데 대한 오랜 불만이 이참에 터져 나온 것이다. 방송사가 거대 기획사로 군림하려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PD는 “기획사가 방송을 이용해 연예인을 띄우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 수익을 거두듯이 방송사도 콘텐츠의 다각화란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양측이 공생하는 입장이니 논의는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대립이 밖으로 불거져 나오자 가요계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시선은 싸늘하다.

네티즌은 ‘똑같은 아이돌 음악만 찍어내는 기획사들이 반성해야 한다’ ‘기획사들도 가수들을 띄우려고 예능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나’ ‘결국 제 밥그릇 챙기기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라’ 등의 질타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며 시대가 바뀌었다”며 “싸이의 음악이 특별한 해외 홍보없이 뮤직비디오 하나로 전세계인들을 즐겁게 했듯이 이젠 방송사의 권력이나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가요계도 우리의 음악이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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